국회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의견 진술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은 파면돼야 마땅하다”며 “윤 대통령은 복직하면 또 계엄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위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11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약 40분간 청구인 측 최후 진술을 진행했다. 정 위원장은 “12월 3일 내란의 밤,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무장 계엄군의 폭력 행위를 지켜봤다. 하늘은 계엄군의 헬리콥터 굉음을 들었고 땅은 무장 계엄군의 군홧발을 봤다”며 “호수 위의 달그림자도 목격자다”라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이달 4일 변론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한 것을 빗댄 표현이다.
정 위원장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는 헌법의 기본권 조항을 관통하는 근본 원칙”이라며 “헌법은 생각과 주장, 의견이 다를 때 대한민국은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결정해놓은 대국민 합의 문서”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헌법은 국민 전체의 약속이자 국민이 지켜야 할 이정표, 나침반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피로서 지켜온 민주주의를 짓밟고 피를 잉크 삼아 찍어 쓴 헌법을 파괴하려 했다”며 “선진국 중에서 독재 국가는 없고, 민주주의의 정착 없이 국가 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다. 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취임했지만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침탈하고 헌법을 유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당시)에 없던 사후 알리바이에 불과하다”라며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피청구인(윤대통령)은 사과는커녕 경고성 짧은 계엄이었다느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해) 국민들은 계엄 그 이상의 충격을 받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복직한다면 비상계엄을 또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은 파면돼야 마땅하다”며 “내란의 범죄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라도 예외 없이 처벌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던 시절을 언급하면서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 운동장 근처에서 본청으로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36년 전 1988년 9월의 밤이 마치 어젯밤 악몽처럼 떠올랐다. 새벽 1시 안기부에 잡혀 지금도 알 수 없는 서울 을지로 어디쯤 한 호텔로 끌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속옷 차림으로 4시간 동안 주먹질, 발길질로 고문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준비한 원고를 40분간 읽어 내려가던 정 위원장은 “헌법과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애국가를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도록, 민주주의와 헌법수호를 위하여 피청구인 윤석열을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파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뒤 애국가 1절을 읊으며 진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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