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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포함 대상법인 100만개…M&A서 R&D까지 다 막힐 판

[野 상법개정안 강행]

◆ 끝내 기업에 '소송 족쇄'

현행 이사회 결의사항 69개에

주주 불만사항 모두 받아줘야

계열사 내 유동성 지원도 막혀

기업집단 해체 '트리거' 될수도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격입니다. 소수주주의 이익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데 정말 왜 이러는지…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국내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이 24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하자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26일 법사위 전체회의, 27일 본회의를 거쳐 이번 임시국회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개정안은 1년 뒤인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사실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달콤한 입법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회사법의 근간을 흔들어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주주의 소송 남발 우려로 이사의 경영 판단이 침해받을 수 있고, 이를 고리로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도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잇따랐지만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이런 우려를 외면했다.

이날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조항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범위를 ‘모든 주주’로 넓히고 전자주총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주주 보호를 명문화해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를 차단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그나마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빠졌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업의 모든 결정을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라는 명분으로 제약할 경우 경영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입법 사례는 주요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면 현행 이사회의 결의 사항 69개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을 모두 받아줘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신주 발행부터 전환사채(CB) 발행 등 기업의 중요한 경영 판단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건데, 결국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은 집단 지배구조를 띠고 있는데,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계열회사 내에서 유동성 문제가 생길 경우 유동성 지원이 쉽지 않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자신의 이익(배당금 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기업집단 해체를 하는 트리거 역할을 하게 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여권과 재계에서는 그간 상법 개정안이 경제에 미칠 폐해는 줄이면서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해왔다. 대주주 이익만 앞세운 무분별한 물적 분할·합병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를 줄이는 데는 이 정도 ‘핀셋’ 규제로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기업이 합병을 할 때 이사회가 기대 효과 및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하도록 했다. ‘기업 분할 후 상장’ 때에는 모회사 주주에 공모주의 20%를 우선 배정하는 조항이 담겼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논의가 멈춘 상태다. 자본시장법은 상장사가 대상인 반면 상법은 비상장사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대상법인만 1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을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을 노린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장동혁 의원은 “민주당이 문제 소지가 많은 상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대선용”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규정하며 ‘친기업’ 이미지를 내세운 것과도 크게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상속세 완화·대기업 세액공제 등 중도 보수를 겨냥한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기업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법 개정은 밀어붙이는 건 모순된 행보라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최근 ‘우클릭’ 정책 행보에 대해 “기업을 살린다면서 기업들을 다 죽이는 노란봉투법을 또다시 들이밀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부동산 상속세는 낮춘다면서 기업 상속세 인하는 요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당의 지지 외연을 확장해가는 현실적 노력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담은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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