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향후 헌법재판소의 인용·기각 결정에 따라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내릴 최종 판단이 새로운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재 의견이 만장일치가 아닌 인용·기각으로 갈릴 경우 장외의 탄핵 찬반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0일 10차 변론을 마무리한 뒤 “다음 기일은 25일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고지했다. 헌재는 이날 증거 조사를 거친 뒤 국회·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2시간씩 최종 의견을 밝힐 시간을 부여한다. 형사 재판의 최종 진술 개념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을 피청구인 자격으로 따로 신문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73일 만에 변론이 종결되는 것이다.
헌재는 변론 종결 뒤 재판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의견을 모은 뒤 주심 재판관의 검토 내용 발표를 거쳐 표결을 결정하는 평결을 한다. 이어 주심 재판관의 다수 의견을 토대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 종결 후 각각 14일, 11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내달 11일을 전후해 헌재 선고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헌재의 최종 판단과 함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헌재재판관들의 의견이 100% 일치할 지 여부다. 이미 진보·보수 단체가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격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헌재가 인용이든, 기각이든 의견 일치를 이룬다면 그나마 여론의 동요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대로 4대 4나, 5대 3, 6대 2 등으로 헌재재판관 의견이 나뉜다면 사회적 분열 양상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당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를 하면서 만장일치의 판결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헌재의 현 체제에서 진행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는 재판관 의견이 4대 4로 나뉘었다.
전문가들이 향후 헌재 판단 이후 거센 후폭풍을 예상하는 요인은 △탄핵 심판 절차 △언론 △정치 사법화 등이다. 이 같은 부분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혼란만 한층 부추겨 왔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재판관에 대한 외부 지적을 사법부 권한침해라고 하는 등 헌재가 다소 권위적으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했다”며 “반대 신문이 없었던 피의자 신문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등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40조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 법정에서는 상대방 반대 신문이 없을 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형사 재판에서 인정하는 증거가 달라지게 되고, 결국 최종 판단까지도 다르게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쓰지도 않아도 될 발언들까지 비중 있게 기사화하는 등 국민 혼란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언론의 책임이 크다”며 “정치적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까지도 형사적으로 처리하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헌재가 내릴 결론에 따라 여파가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용(6대 2나 7대 1)의 경우 조기 대선으로 후폭풍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5대 3이나 4대 4(기각) 등의 결론이 나올 시에는 양측의 갈등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만큼 헌재 내 인용·기각으로 나뉠 경우, 찬·반 중 한 쪽에는 정치적 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5대 3으로 기각이 될 시에는 다소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질 수 있다”며 “반면 인용의 경우 의견이 나뉘더라도, 곧바로 조기 대선 모드로 돌입해 정치권도 선거 준비를 해야 하는 데 따라 큰 갈등은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6대 2 등으로 인용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후 있을 조기 대선이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찬·반 갈등 양상이 조기에 마무리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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