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회복 후 2주 동안 부족했던 부분 채우는 훈련. 3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혹은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대표팀 선발되기. 밀라노에서 금메달 따기.’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21·성남시청)가 최근 세운 계획이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1주일밖에 안 됐지만 벌써 그는 내년 2월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나서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하나씩 하다 보면 밀라노라는 크고 멋진 도시에서 1등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20일 전화로 만난 김길리는 TV 토크쇼(tvN 유퀴즈) 출연과 소속팀인 성남시청 일정을 마친 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하는 중이었다. 지칠 법도 했지만 20대 초반 나이답게 목소리는 발랄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밀라노에서 열린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6차 대회에 출전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면서 “이제는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돌입해야 된다”고 했다.
김길리는 여자 쇼트트랙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그는 2023~2024 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서 종합 랭킹 1위에 올라 이번 아시안게임에 전 시즌 랭킹 1위를 나타내는 숫자 ‘1’을 헬멧에 달고 출전해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생애 처음으로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금메달 2개(여자 1500m, 혼성 2000m 계주)와 은메달 2개(여자 500m, 1000m)를 수확했다. 특히 여자 500m 결승에서 1위 최민정(성남시청), 3위 이소연(스포츠토토)과 함께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해 시상식에 3개의 태극기를 동시에 게양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김길리는 “여자 500m는 중국이 항상 우수했기 때문에 한국이 1·2·3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영광이었다. 시상식 때는 역사의 한 장면을 쓴 것 같아 뿌듯했다”면서 “가슴이 되게 웅장해졌었다”고 돌아봤다.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한 김길리는 지난 주말 밀라노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투어 6차 대회에 출전했다. 아시안게임 직후 이어진 강행군으로 체력적 부담이 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년도 남지 않은 동계올림픽 무대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는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을 1년 빨리 체험해볼 수 있어 좋았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년 뒤 올림픽을 위한 액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에는 이곳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해봤다. 만약 내년 밀라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서게 된다면 1500m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목표는 국가대표 선발이다. 김길리는 “다음 달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등을 하면 내년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면서 “만약 안 되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는 게 ‘플랜B’다. 어떻게든 밀라노에 가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이상을 따고 대표팀 내 종합순위가 가장 높은 남녀 선수 각 1명에게 2025~2026 국가대표 자격을 준다. 김길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로 국가대표에 자동 선발된 바 있다.
상대를 추월하는 모습으로 슈퍼카 람보르기니에 빗댄 ‘람보르길리’라는 별명이 붙은 김길리는 앞으로 스피드와 지구력 향상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웃뿐 아니라 인코스에서도 판단에 따라 자유자재로 추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월드투어 6차 대회에서 보니까 외국 선수들의 스피드가 굉장히 많이 올라온 것 같았다. 스피드와 지구력이 핵심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라 동계올림픽 때까지 그런 부분을 많이 채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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