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들이 말레이시아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20일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레이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는 48.8%로 국가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39.3%로 테슬라(23.6%)를 여유 있게 따돌렸으며 창청(2.8%), 체리(2.5%), 샤오펑(1.8%), 네타(1.2%) 등이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리자동차가 지분을 인수한 독일 스마트(2.8%), 영국 MG(2.7%)와 로터스(1.0%), 스웨덴 볼보(2.7%)까지 더하면 말레이시아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6대를 사실상 중국 업체로 분류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 도심 곳곳에서는 BYD의 광고판을 볼 수 있었다. BYD는 “세계를 선도하는 전기차(World's leading electronic vehicle)”라며 글로벌 1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석유 부국인 말레이시아는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한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1.8%에 불과하지만 2020년 700여 대였던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약 13만 4000대까지 20배가량 급증했다.
말레이시아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세가 65~105%로 높은 편이지만 정부에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소비세를 면제하며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이를 틈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가 선점했던 시장을 BYD가 뛰어넘었고 지난해에는 체리자동차의 ‘재쿠7’이 6988대를 판매해 BYD의 아토3(2960대), 테슬라의 모델3(2824대) 등을 제치고 단일 모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힘입어 중국 업체의 설비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BYD는 반제품조립(CKD) 공장 설립을 예고한 상태다. 볼보·스마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지분을 확보한 지리자동차는 말레이시아 현지 업체인 프로톤의 지분을 인수하고 320억 링깃(약 10조 40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의 공장은 언제든 관세 전쟁을 피하는 우회 수출 기지로도 이용될 수 있다. 이성기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말레이시아에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지만 최근 중국차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정부의 시장 확대 의지와 투자 유치 등에 힘입어 중국 업체가 안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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