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에서도 민주당 국회의원 중 미국 방문으로 유일하게 표결에 불참한 김문수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며칠 후 공개한 사죄문과 관련, 자신이 아닌 보좌관이 작성했다는 자폭이 나왔다. 사실상 여론 돌리기를 위한 알맹이가 빠진, 진정성 없는 ‘사죄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특히 사죄문을 통해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것도 보좌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눈총을 샀다.
20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날 전남 CBS ‘시사포커스’에 출연해 정국과 지역 현안을 놓고 대담했다.
김 의원은 “미국 방문에 대해 사과하면서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보좌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답변을 했다.
김 의원은 “너무 큰 잘못을 제가 저질렀으니 무조건 사죄하고 모든 당직도 내려놓겠다 했다”면서도 “사죄문은 사실 보좌관이 썼는데 당직 (사퇴) 이야기는 솔직히 제가 하지는 않았다”고 모든 책임을 보좌관에 미룬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동안)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고 빨리 알아서 써서 올리라 했더니 보좌관들이 회의해서 당직도 다 사퇴하겠다고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고, 귀국해서 보니 (사죄문에) 그 내용이 있어서 잘했다 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작년 연말, 사적인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고, 이로 인해 당시 국회에서 진행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소추 표결에 불참했다. 이후 비판이 커지자 사죄문을 발표했고, 직능위원회 부의장 및 검찰 독재 대책위원회 제보센터장 등 중앙 당직에서는 물러났으나, 지역위원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자폭에 순천시민들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내는 등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순천의 한 시민은 “사죄문에는 명확한 이유(탄핵 정국 속 미국 일정으로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표결 불참)도 없었는데, 이제 보니 이유를 알겠다”며 “이것은 명백한 민주당의 모욕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언론과의 해명을 통해 “방송 대담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다만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사죄문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도 보좌관에게 ‘잘했다’ 했고 내가 썼어도 그리 썼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위원장직 유지에 대해서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위원장에서 사퇴하면 혼란이 또 생길 테니 열심히 하고, 시민 잘 섬기면서 만회하라는 당의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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