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반중(反中) 여론에 대해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국민의힘)을 만나 우려를 나타냈다.
다이 대사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전날(18일) 김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저는 대만 문제, 그리고 한국 내 일부 세력이 루머를 퍼뜨리고 반중 감정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이 대사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 측의 우려를 중요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날 면담은 중국 정부를 대표해 다이 대사가 반중 여론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정치권 차원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김민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서 한 집회에서 “중국인들이 탄핵을 찬성한다”고 발언했고, 유상범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중국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0일 사설을 통해 김 의원의 발언을 예로 들며 "최근 중국과 관련된 터무니없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40대 남성이 "중국대사관에 테러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서울 중구 명동의 주한중국대사관 건물에 난입하다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이 대사가 함께 언급한 '대만 문제'는 최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1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대만의 적절한 국제 기구에의 의미 있는 참여에 대한 지지'를 처음 표명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미일 압력에 맞서 '적절한'이라는 조건을 끼워 넣어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 기구로 절충안을 찾은 것이지만, 다른 국가가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중국은 지난 17일 해당 성명에 불만을 표하며 당사자 3국에 항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이 대사는 또 김 위원장과 이날 면담에서 "우리는 중한 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우리는 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함께 기원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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