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지난해 미국과 상품 무역에서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관세 위협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역대급’으로 심화된 무역 불균형을 핑계 삼아 EU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지 주목된다.
17일(현지 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에서 3333억 유로(약 503조 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했다. 미국은 EU로부터 5316억 유로(약 803조 원)어치를 들여왔다. 미국 입장에서 약 2000억 유로(약 302조 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2023년(1566억 유로) 대비 25% 이상 증가한 것이자 기존 최대치였던 2021년 1669억 유로와 비교해도 2배에 달한다.
이 같은 불균형은 미국과 EU의 각기 다른 경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존 경제가 부진했던 반면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면서 해외 수입을 늘려 무역 불균형의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움직임이 미국 적자를 더했다는 진단도 있다. 영국 컨설팅 업체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해 (인상된) 관세 부과 전에 더 저렴한 가격에 재고를 많이 축적하려고 한 것”이라며 관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EU로서는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주요 무역적자 국가들을 위주로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무역 불균형을 비판하며 관세 부과를 공언해왔다. 이미 유럽의 부가가치세를 문제 삼아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편 각국이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피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는 추가 관세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와 미국은 향후 몇 달 안에 관세 인하를 목표로 무역협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도도 미국을 상대로 연간 4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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