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화물이 국경을 넘을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이론적으로는 수출품과 수입품 모두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이러한 소비자 부담의 증가는 정부의 관세 수입 증가를 웃돌아 종국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국가의 전체적인 후생은 감소한다. 이와 같은 관세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과 동시에 관세를 무기로 각종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아마도 트럼프는 관세 부과가 가져오는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의 증가라는 장기적인 영향보다는 수입품을 대체하는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감세로 인한 조세수입 감소를 관세 수입으로 보충하고, 다양한 정치·외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를 이용하는 것 같다. 트럼프는 관세 협박을 통해 콜롬비아가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하게 하고, 파나마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그램을 탈퇴하게 만들었다. 중국과는 서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관세전쟁을 본격화했고 한 달간 유예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의 관세 위협이 미국민과 세계 다른 국가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기에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관세 총구가 아직 한국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발표로 한국에 미치는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또한 미국이 4월 1일부터 자국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맞춤형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한국에도 트럼프의 맞춤형 관세 위협이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로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했기 때문에 관세율을 표적으로 삼을 것 같지 않지만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 수출이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한국 경제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특정 산업이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 무역감소로 한국의 수출과 소득은 감소할 것이다. 공급망 재편과 강달러 등으로 물가는 상승하고 한국 소비자의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관세전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내구재 소비와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공급망의 안정적인 확보와 미국 외 일본·중국·유럽 등과 유대를 강화하고 수출국 다변화를 위한 거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의 주요 산업에 미치는 미시적인 충격은 산업별·기업별로 상이할 수 있다. 철강의 경우 트럼프가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했지만 미국 내 업체들도 덩달아 가격 인상에 나섰다. 그 결과 미국 내 철강 유통 가격이 급등했고 현재 급등한 미국 내 가격이 유지된다면 다행히 국내 철강업체들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없고 트럼프가 수시로 협력 대상이라고 공언하는 만큼 순탄할 수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어떤 형태의 관세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부과할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뒤집고 어떻게 재협상을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트럼프가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기 때문에 현재 생각할 수 있는 돌파구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대응을 마련했다고 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미국 내 생산 확대가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게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이 협력을 원하는 조선산업을 방패삼아 다른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트럼프의 위협에 미시적·거시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하는 이때 정부와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 올린 계엄의 늪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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