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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위기 아닌 기회…'중환자·AI케어' 중심 병원으로"[서경이 만난 사람]

[서경이 만난 사람 - 신현철 강북삼성병원장]

■대담·정리=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중증질환 의료진 영입·전문센터 운영 등 체질변화 총력

쇼트트랙 코너링처럼 '최적 궤도'로 의정갈등 위기 극복

40년간 92만 명 건강데이터 쌓아…'디지털케어'도 속도

신현철 강북삼성병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쇼트트랙 경기에서 코너링 구간은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코너링을 할 때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전략을 세우면 최적의 궤도와 속도를 확보할 수 있죠. 바로 그때 순위가 뒤바뀔 수 있습니다.”

신현철 강북삼성병원장(성균관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은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해 경영 손실이 심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뜸 쇼트트랙 얘기를 꺼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의대 증원 추진에서 비롯된 의정 갈등 사태가 길어지면서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코너링의 순간으로 인식하며 한 단계 도약할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다.

신 원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비대면 진료,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 기술 등 디지털 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며 “강북삼성병원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추질환 권위자인 신 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이 극에 달했던 2021년 8월 9대 병원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8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4년을 향해가는 지난 임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강북삼성병원의 브랜드 재정의를 꼽았다. 과거 고려병원 시절 27년에 강북삼성병원을 더해 55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양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강북삼성병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신 원장은 취임 이후 직원 중심의 브랜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면서 외부 컨설팅을 통해 병원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힘을 쏟았다. ‘예방에서 치유까지, 최고의 평생 주치의 병원’이라는 비전과 ‘최고의 실력에 온기를 더하여’라는 핵심 가치는 그 결과물이다.

“의료계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요? 항상 위기예요.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저희도 당연히 경영상 어려움이 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상급종합병원들에 비해 조금 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여러 선생님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일 겁니다.” 신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이후 의정 갈등 사태가 터졌지만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공을 병원 구성원들에게 돌렸다. 신 원장은 정례 조회 등 직원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두려움도 커졌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상급종합병원들은 그동안 쌓여온 적자에 전공의 이탈로 인해 환자 수 감소가 이어지면서 하나둘씩 무너져내렸다. 수술·외래진료 건수가 급감하고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병원들은 의사가 아닌 직군의 신규 채용을 유보하고 구조조정, 무급휴가 권고 등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해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섰다. 강북삼성병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떠난 지 6개월째 접어들며 남아 있던 인력들은 갈수록 고갈돼 갔고 눈에 띄게 떨어진 수술실 가동률을 보고 있자니 신 원장도 애가 탔다.

이때 수술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이 한꺼번에 병원장실을 찾아와 “수술방을 전부 오픈하자”고 제안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왔나?”라고 물었다. 이에 “그건 아니지만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가동률을 유지하면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저하던 신 원장에게 의사들이 또 힘을 보탰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죠.”

신현철 강북삼성병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강북삼성병원은 지난해 8월 7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인력난 속에서도 수술실을 100% 가동했다.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신 원장은 “이걸 공개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과의 6개월 전 ‘의기투합’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냈다. 신 원장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먼저 찾아와주니 어찌나 고맙던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신 원장도 의료진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5명을 보강했다. 그 결과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예년 수준의 수술을 소화하고 있다. 특별한 경영 전략이 있었다기보다 병원 내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뭉쳐 어려움을 나눴기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특정 진료과만의 희생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다. 신 원장을 필두로 여러 진료과의 전문의들은 의사라는 사명감 하나로 밤낮없이 당직을 섰다. 전공의가 없어 일부 병동이 폐쇄 또는 통합되는 바람에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다 보니 간호사들의 고충도 컸다. 기존에 근무하던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으로 옮겨 일하다 보니 어려움이 컸다. 이외에도 건강검진센터, 행정직, 환자 이송요원 등 모든 인력들이 힘을 모아 ‘기적’을 일궈냈다는 게 신 원장의 전언이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이 가장 큰 화두다. 의료 전달 체계 최상위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역할에 맞게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이다. 강북삼성병원을 비롯해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참여한다. 정부 지침에 따라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려면 일반 병상을 줄이고 중환자실을 늘리는 등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고 운영되는 공간에서 일반 병상을 없애고 중환자실을 확대하는 등의 공사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전공의 집단 사직이 장기화하면서 전문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필수의료 과목으로 꼽히는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그중에서도 소아 관련 세부 분과는 말할 것도 없다.

신 원장은 이 역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극복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 병원은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병상 수가 가장 적다”며 “사이즈가 작다는 건 움직이기 쉽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어렵지만 해낼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고 일선 병원들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면 ‘지속 성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북삼성병원은 중증질환 분야 우수 의료진을 영입하고 로봇수술 확대, 하이브리드 수술실 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환자 병동 비율을 15% 수준까지 끌어올려 중증질환 치료와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진료 체계를 전환할 방침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증질환 케어 및 특성화센터 전문간호사 육성 과정 등도 운영하며 전문 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강북삼성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보여줬다.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특례승인을 통해 미래 의료 상담, 모바일 건강관리, 해외 근로자 비대면 의료 상담 등 비대면으로 환자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했다. 특히 전 세계 189개국 재외공관원 7000여 명, 해외 근로자 8000여 명에 대한 비대면 의료 상담 및 모바일 건강관리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모바일 플랫폼, 스마트심전계, 스마트청진기 등 3개사와 협업해 31개국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비대면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이 병원이 해외시장 선점을 넘어 스마트 병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신 원장은 의료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의 접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40년 넘게 검진센터를 운영하며 92만여 명의 수진자로부터 확보한 360만 건 이상의 방문 자료는 가장 큰 자산이다. 이런 강점을 살려 지난해 미래헬스케어본부를 발족하고 본부 산하에 ‘헬스케어데이터센터’를 신설했다. 올해는 실제 사업화로 연계시킬 예정이다. ‘AIF(AI Innovation Force)’를 출범하고 관계사와 함께 데이터·헬스케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미래 먹거리 산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원장은 “의료 분야는 데이터의 정확도와 품질이 중요하다”며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10년 넘게 협력하면서 데이터 클리닝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토록 방대한 양의 정제된 의료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은 전 세계에서 강북삼성병원이 유일할 것”이라며 “그간 쌓아온 빅데이터 시스템을 사업화하고 AI 기술을 접목해 강북삼성병원의 미래 100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e is…

△1964년 대구 △대구고, 연세대 의과대학 의학사, 의학석사, 의학박사 △2007년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신경외과 교수 △2008년 국제척추신기술학회(ISASS) IT 상임위원 △2016년 대한척추신기술학회 회장 △2018년 강북삼성병원 퀄리티혁신실장 △2021년 강북삼성병원장 △2024년 강북삼성병원장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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