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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암초 만난 AI교과서, 이제는 입증의 시간

박성규 사회부 차장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가 뜻하지 않던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발동해 일단 교과서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야당이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재발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AI 교과서 효용성을 놓고 정부와 야당의 입장 차가 크고 탄핵 정국에서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정부가 잇따라 재의요구를 한 만큼 AI 교과서가 정쟁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악재는 또 있다. 3월 신학기를 앞두고 AI 교과서 가격 협상은 아직도 교착 상태다. 교육부는 2월 말까지 협상을 매듭짓겠다고 했지만 결과를 알 수 없어 자칫 3월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1호 과제로 ‘교실을 깨우는 교실혁명’ 등 장밋빛 전망을 앞세워 세계 최초로 추진된 교육부의 핵심 정책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교육부 책임도 크다. 우선 정책 추진 속도가 빨랐다. 2023년 6월 추진 방안 발표를 시작으로 검정까지 1년 반도 안 돼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반대를 하던 이들이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도입을 몇 달 앞두고서야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설득 작업도 부족했다. 야당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야당 설득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실물로 보지 못한 의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야당이 교과서 도입 효과 등에 대한 확인도 없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교육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암초를 만났지만 아직 난파된 건 아니기에 그간 부족했던 부분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과서 지위와 상관없이 의무 도입 시기를 1년 늦추기로 결정했다. 학교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 자료는 자율적으로 각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과서 자격과 관계없이 올해 AI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해력 하락 △디지털 과몰입 △개인정보 유출 등 우려를 불식시키고 교과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장관도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수업혁신 사례 및 효과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교과서를 도입한 교육청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해 AI 교과서 필요성을 역설할 수도 있다. 최근 AI 교과서 수업 시연을 참관한 교사·학부모들이 참관 전보다 AI 교과서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등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킬 호재도 분명 있다. 이제는 입증의 시간이다. 1년 후 성적표에 따라 AI 교과서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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