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를 일으킨 투자자문업체 대표 라덕연(43)씨가 벌금을 내지 않을 않아 노역을 하게 될 경우 매겨질 '몸값'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라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 1000만 원, 추징금 1944억 8675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중 벌금을 내지 않으면 1000일 간 노역장에 유치하고 하루에 1억 4651만 원씩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534억 7615만 원에 달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1심 판결의 형량이 확정될 경우 라씨가 '황제 노역'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범죄수익 대부분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번 선고의 노역 일당을 고려하면 재산이 있다고 해도 숨기고 벌금을 안 내는 식으로 버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황제 노역 논란은 2014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벌금 254억 원을 선고 받고 '일당 5억 원'의 노역으로 갈음하려다 들통나며 불거지기도 했다. 같은 해 대법원은 벌금 1억 원 이상이면 노역 일당이 1000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노역 일당이 터무니 없이 높은 황제 노역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노역장 유치 최대 기간을 3년으로 못 박은 형법 규정으로 지목된다. 벌금액이 아무리 커도 최대 3년의 노역으로 이를 때워야 하니 일당이 제약 없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간 노역장 유치 기간의 상한을 높이려는 입법 시도도 있으나 벌금형과 징역형의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가령 라씨의 노역 일당을 통상 수준인 10만 원으로 책정하고 유치 기간의 상한을 없애면 146만 5100일, 약 4014년을 일해야 한다. 라씨가 1심에서 선고 받은 징역 25년의 약 160배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된 '일수벌금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재산과 소득에 비례해 벌금을 내는 제도로, 판사가 노역장 유치 기간을 먼저 정한 뒤 개인의 경제 능력을 반영한 일당을 곱해 총벌금액을 정하는 식이다. 다만, 피고인의 재산과 소득을 모두 파악하기 힘들고, 죄의 무게와 벌의 무게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국 사기나 주가조작과 같은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 형량을 높이는 게 그나마 유효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SG증권발 폭락 사태는 2023년 4월 24일부터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돼 일부 종목들이 하한가로 급락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돼 금융당국과 검찰이 조사에 나서 라씨를 포함한 관련 인물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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