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원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2일 국민의힘을 향해 “12·3 비상계엄 선언은 잘못된 것이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가 연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미나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인기와 지지도가 상승하는 것은 여러분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계엄 이후 대체 세력이 무능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라며 “우리가 소수인데 편을 가르고 내쫓고 비판하고 욕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이 파면되면 국론 분열은 더욱 극렬해질 것”이라며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이후 한국의 대외 신인도 저하 등 국제 관계 문제에 대해선 “북한의 위협과 중국·러시아의 관계 속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하는 나라가 정치 후진국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김 전 의장은 당 혁신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힘의 이미지 개선 없이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라며 “판·검사, 부자들의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더 심해졌는데 이런 이런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당이라는 것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라면서도 “여러 주장을 받아들이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의힘 전략기획특위는 이날 결성 이후 첫 세미나를 열고 당 쇄신을 위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당으로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국회 안팎의 의견을 듣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주에는 '20·30세대에 부응하는 정당이 되는 길'을 주제로 2차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이달 중 3차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매주 1회를 목표로 세미나를 추진 중인 전략기획특위는 당 혁신과 외연 확장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당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전략기획특위 위원장은 “특위와 비대위가 말로 하는 잔치를 그만하면 좋겠다"라며 “김 전 의장이 구체적으로 제안을 했는데 다음 주 예정된 회의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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