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에 대해 중국군 당국이 “미국의 행동은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안보 위협을 증가시킨다”고 반발했다.
12일 로이터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인 리시 해군 대령은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SNS) 위챗 계정을 통해 “10일부터 12일까지 미 해군 구축함 존슨호와 해양측량선 바우디치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이는 올해 처음으로 공식 보고된 미국 선박의 대만해협 통과”라고 말했다.
대만해협과 동중국해·태평양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해·공군 병력을 조직해 미 군함 통행의 전 과정을 감시하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대변인은 “동부전구 군은 항상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국가 주권 안전과 지역 평화 안정을 해치는 데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미국을 향해 경고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대만사무판공실의 주펑롄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미 해군의 대만해협 통과 방식이 전과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장쥔서는 “이전에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미국 군함이 구축함 2척 등 쌍으로 나타난 적은 있지만 조사선이 이런 작전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전과 달리 이번에 사흘간 지속된 것에 대해 “이동 중에도 측정을 수행하고 해저 지질 구조를 매핑하고 수문과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중 감시를 수행할 수 있는 조사선이 개입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 해군도 대만해협 통과 사실을 이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랄프 존슨호와 패스파인더급 측량선 USNS 바우디치호가 10∼12일 남북 항행을 했다고 밝혔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대변인인 매튜 코머 해군 사령관은 “이번 항행은 대만 해협의 공해 상에 있는 항로를 통해 이뤄졌다”며 “이 항로에서는 모든 국가가 항행과 비행의 자유 등을 국제적으로 적법하게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국방부는 자국 군대도 이를 주시했으나 상황은 정상적이었다며 중국의 반응에 화살을 돌렸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에서 중국군 항공기 30대와 해군 함정 7척을 탐지했다”며 “대만해협에서 누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으며, 주변국들은 이를 모두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CCTV는 춘제(음력 설) 이후 대만 인근 해역에서 순찰과 훈련 임무를 수행 중인 동부전구 부대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군함의 이번 작전에 대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미국의 첫 임무라고 전했다. 미군은 함정이나 항공기를 한 달에 한 번꼴로 대만해협을 통과시켜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역시 대만 인근 해역에 함정을 파견하는 등 연일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미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캐나다 군함과 합동 작전을 실시한 지난해 10월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P-8A 포세이돈 초계기가 대만해협 상공을 비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시점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필요성을 거론한 성명 이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이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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