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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지뢰·솜뭉치 탱크…무기화 된 일상

◆서울대미술관 올 개막전 '무기세'

의류·풍선 등에 살상무기 결합

현대문명의 폭력적 흐름 지적

17명의 예술가 100여점 선봬

영상으로 '파괴된 일상' 조명도

노영훈, ‘미키’. 사진=서지혜 기자




전쟁은 어디까지 평화를 파괴할까. 전쟁은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을 피하지 않는다. 노영훈이 제작한 미키마우스 모양의 어린이용 방독면은 전쟁의 해악이 미치는 범위가 무자비할 정도로 넓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가 제작한 장난감처럼 보이는 지뢰와 풍선을 닮은 수뢰는 더욱 무시무시하다. 유쾌하고 아무런 해가 없을듯 여겨지는 이들 조형물은 모두 살상을 위한 무기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과 무기를 결합해 전쟁이 언제든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재앙으로 뒤바꿀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쟁을 만나면 무기 앞에 우리의 삶이 힘없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17인이 예술가들이 뭉쳤다.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올해 첫 전시로 개막한 ‘무기세(武器世)’는 ‘무기’로 지금의 시대를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비엔날레처럼 거대한 100여 점의 작품들을 3부에 걸쳐 만나볼 수 있다. 강홍구, 권기동, 노영훈, 밈모, 방정아 등 17명의 작가는 예술을 통해 무기가 가진 강력한 권력과 대비되는 고결한 가치와 힘을 보여준다.

무기세는 어떤 의미일까.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생태계에 미친 지질학적 환경을 다룬다. 자본세는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와 환경에 미친 영향을 들여다 본다. 무기세는 무기의 형식과 목적이 시대의 흐름과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전복했는지 예술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허보리, ‘부드러운 K9’. 사진 제공=서울대미술관




전시에 등장한 작품은 대개 ‘전쟁’과 ‘일상’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허보리가 제작한 탱크, 총, 고폭탄, 수류탄 등은 우리가 입는 옷으로 만들어 쿠션처럼 폭신폭신하다. 양복과 넥타이로 만든 중기관총 M2는 의욕을 잃은 군인처럼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 무기들을 통해 폭력적인 체제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전투를 끝낸 퇴근길 직장인의 삶을 비유한다.

1부 ‘무기화된 일상’은 살생을 위한 무기가 일상이 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안성석은 꺼지지 않는 알람 소리를 통해 무고하게 희생된 군인을 기린다. 강홍구는 사진을 통해 분단 국가의 현실을 그리고, 밈모는 성물의 이미지와 무기를 병치해 삶을 무너뜨리는 무기와 일상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한다. 2부 ‘스펙터클로서의 무기’에서는 우리가 미디어, 영화, 소셜플랫폼 등에서 무기의 스펙터클에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스테인리스 거울을 향해 실탄을 쏜 작품,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의 프로파간다 영상과 불발탄으로 망가진 베트남의 모습을 담은 작품은 무기가 미디어 속에서 오락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성찰하게 한다.

최재훈, ‘나의 역사적 상처 시리즈’. 사진=서지혜 기자


3부 ‘무기 낯익은 미래’에서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무기로 인해 결국 파괴된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레지나 호세 갈린은 독일 등 선진국의 방위 산업이 내전 중인 국가의 전쟁을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퍼포먼스와 비디오로 보여주며, 강용석은 미군의 사격장으로 사용되었던 경기 화성군 매향리의 풍경을 담아 전쟁 후 남겨진 것들을 세상에 알린다. 박진영과 방정아는 핵 기술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는데 이러한 모든 작품들은 무기가 평화를 파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우리의 일상을 전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설명한다. 전시는 5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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