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이 5%포인트 오르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일몰 기한도 2031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이달 13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지난해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 통과 직전에 예산안 파행 등으로 처리가 불발됐던 K칩스법 시행이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조세소위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법안 20여 건을 심사해 합의 처리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K칩스법은 국가전략기술 중 반도체 산업을 별도로 떼어내 현행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인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대·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로 5%포인트씩 상향하는 것이 뼈대다.
또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반도체 R&D 세액공제는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와 여야는 지난해 반도체 세액공제 일몰(2024년 12월 31일)을 앞두고 열린 세법 심사에서 이 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했지만 여야 간 정쟁이 이어지면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법안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인공지능(AI)과 미래형 운송수단을 추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소위 문턱을 넘었다. 현행법상 AI는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R&D 투자는 최대 30%, 시설투자는 최대 12%의 공제를 받는다. 국가전략기술로 격상되면 중소기업은 R&D 투자 40~50% 및 시설투자 25%, 중견·대기업은 R&D 투자 30~40% 및 시설투자 1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술 보호와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도 지원해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 밖에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소위를 통과했다. 전통시장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50%로 10%포인트 상향하는 법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심사가 보류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여야가 세제 혜택 강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뒤늦게 합의한 것은 다행이지만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담긴 반도체특별법 추진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업계에 직접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과감한 투자를 해온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며 “세액공제가 기업의 R&D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 예외 논의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대만 등 주요 경쟁국은 반도체 R&D 인력의 무제한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상태로는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확보는커녕 메모리 분야 1위도 수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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