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관세 부과 시행을 앞두고 미국 시장에서 구리와 알루미늄, 철강 확보전이 벌어지면서 해당 금속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예고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공식 발표했다. 앞서 수입 구리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COMEX)의 구리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 상승해 t당 1만 달러를 넘어섰다. 런던 가격보다 t당 800달러 이상 비싼 수준이다. 뉴욕과 런던시장 간 가격 차는 2020년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는 미국 내 트레이더들이 관세 발효 전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례 없는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판무레 리베럼의 톰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시장 가격이 높은 것은 왜곡된 시장을 반영한 것으로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 부족'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금속 공급처를 단시일 내에 다른 곳으로 바꿀 수 없다. 알루미늄이 특히 그렇다. 구매자들은 금속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중개업체 석덴 파이낸셜의 다리아 에파노바 리서치팀장은 "미국의 가격 상승은 향후 관세로 인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시장에서는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알루미늄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CME 그룹 자료에 따르면 3월물 알루미늄 선물가격에서 미드웨스트 프리미엄(Midwest Premium)은 파운드당 30센트로 전 거래일 대비 거의 10% 상승했다.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금속제품 가격이 런던 등 다른 지역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알루미늄 수요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큰 정제 알루미늄 공급국이다.
JP모건은 "미국의 알루미늄 재고가 일시적인 공급 경색에 대한 단기적인 '완충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국가에 관세가 부과되면 재고는 더 빨리 소진되므로 미국 미드웨스트 프리미엄은 지금보다 더 뛰어 파운드당 40센트가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렉스의 알 먼로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조성하며 이는 투자 부족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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