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노후계획도시 재건축 촉진에 나섰지만 부산·대전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급 과잉과 대출 규제 강화가 겹치며 지역 부동산의 미분양이 쌓인 결과로 풀이된다. 또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의 추가 분담금 확대 등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1기 신도시를 제외한 전국 노후계획도시 14곳이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국토부는 정비사업 추진 물량과 이주대책 등이 담긴 기본계획의 윤곽이 드러나면 올 하반기에는 선도지구 선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택지조성 이후 20년이 지난 면적 100만㎡ 이상 규모의 지역이 재건축을 진행할 때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에서는 경남 김해, 부산, 대전 등이 대표적 선도지구로 꼽힌다. 부산은 1997년 조성된 지역의 첫 계획도시인 해운대구 그린시티 내 아파트가 유력한 선도지구 대상으로 꼽힌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주민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지난 한 달간 그린시티 토지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기본계획 수립 관련 주민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재건축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약세다. 부산시 좌동 ‘해운대화목타운’ 전용면적 56㎡는 지난해 12월 4억 10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는 1년 전(4억 6700만 원)보다 약 5000만 원 낮은 금액이다. 인근 ‘벽산1차’ 전용 84㎡도 지난달 두 달 전보다 약 2500만 원 내린 6억 6000만 원에 팔렸다. 해운대구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매매 거래가 절벽 수준”이라며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얘기가 나온 뒤로 추가 분담금을 걱정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대전은 정부대전청사가 위치한 서구 둔산동 일대가 유력한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로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곳에는 약 3만 가구의 아파트가 조성돼있다. 현재 총 5500가구 규모의 국화·가람·청솔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발족을 논의 중인 단계다. 이곳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가 끊긴 상태다. ‘국화 우성’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5억 89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000만 원 내린 5억 59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부동산 업계는 노후계획도시 정비계획이 수도권과 달리 지방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지방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정비계획이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총 2만 1480건으로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약 80%가 지방에 쏠려있다.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4720가구로 1년 전보다 약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전도 3배가량 미분양이 늘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인 분당의 경우 지난해 11월 선도지구 선정이 다가오자 매매 호가가 수억 원씩 상승했다”며 “지방은 미분양 적체로 수도권과 온도 차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건설업계는 이에 정부에 지방 매수심리 회복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정부에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동산경제단체연합회는 지난달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 주도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을 ‘준공 후 미분양’에서 ‘준공 전 미분양’ 주택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치권에서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지원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지방 주택시장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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