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라는 회사가 이 건물에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AMD 등 정보기술(IT) 관련 회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딥시크는 이번에 유명해져서 알게 됐습니다.”
강풍경보가 내려져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7일 오전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춘에 자리한 한 대형 오피스빌딩이 출근하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이 건물은 AMD 중국 본사를 비롯해 레드햇·알티움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입주해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베이징 사무실이 자리 잡은 사실이 알려져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첨단산업의 전진기지로 떠오른 항저우에 본사를 둔 딥시크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도 연구개발(R&D)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인력만 보면 본사보다 베이징에 더 많은 연구원이 배치돼 있다고 전해지지만 건물 밖에서는 딥시크의 존재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이날 만난 보안요원에게 “이 건물에 딥시크 사무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며 손가락으로 입주 회사 명단이 표시된 층별 안내도를 가리켰다. 중국어와 영어로 5층에 딥시크 사무실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보안 검색대조차 통과할 수 없었다. 안내 데스크에 출입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미리 약속하지 않은 경우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하 상점가를 찾아 직원들에게 딥시크에 대해 물었으나 “사무실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카페에서 만난 상주 업체 직원은 “친구들이 알려줘서 이번에 알았다”며 “기사가 나고 유명해지기 전까지 딥시크라는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보안 우려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 정부는 물론 민간 대기업에서도 딥시크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딥시크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딥시크는 최근 현지 채용 사이트를 통해 최고 연봉 154만 위안(약 3억 600만 원)을 제시하며 인력 채용에 나섰다. 채용 공고가 올라가자마자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AI 기업으로 발돋움한 딥시크의 유명세를 여실히 보여줬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딥시크에 취업하기 위해 항저우 본사를 찾은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구직자 션 모 씨는 “딥시크에 지원하기 위해 쓰촨성 남서부에서 항저우까지 나흘 동안 차를 몰고 왔다”고 전했다. 그는 “딥시크는 국가적 자랑이며 청소부든 운전기사든 어떤 직무라도 맡고 싶어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딥시크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 과정까지 등장했다. 이날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에 초보자용 안내부터 딥시크를 전자상거래, 개인 방송, 교육 등 프로그램과 결합한 교육 과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딥시크 열풍을 타고 중국 내 딥시크 사용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매체 중관춘온라인에 따르면 딥시크 일일활성용자(DAU)는 출시 20일 만인 7일 2215만 명에 도달했다. 이는 챗GPT(5323만 명)의 41.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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