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이 유럽에서 2만 유로(약 3000만 원) 내외의 전기차(EV)를 새롭게 선보인다.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맞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신형 전기차 모델 ‘ID.1’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2027년부터 생산될 신차는 해치백 모델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수익성 좋은 유럽을 위한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의 저가형 전기차 출시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싼값의 물량을 쏟아내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일부 공장의 폐쇄 조치에 들어가고 2030년까지 3만 5000개의 일자리를 줄일 예정이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유럽형 가성비 전기차를 통해 중국 전기차들과 맞붙어보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자동차 저널리스트인 쿠엔틴 윌슨은 “(폭스바겐 신차가) 중국 전기차의 킬러(killer)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정보 업체 ‘일렉트릭 비히클 UK’의 댄 시저는 “저가형 전기차는 현시점에 기존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분야”라면서 “ID.1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폭스바겐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도 많다. 유럽 내 경제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가운데 높은 가격과 지원금 삭감 등으로 전기차에 대한 시장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데이터 분석 기관 ‘로모션’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00만 대로 전년 대비 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1~11월 전기차 판매량이 34만 7048대로 1년 전보다 26%나 감소했다.
저가형 차량 생산에서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다른 기업들을 크게 앞선다는 평가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버밍엄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베일리 교수는 “중국 업체들은 서구 업체들보다 훨씬 더 빨리 새로운 전기차를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다”면서 “폭스바겐 등 서구 브랜드들은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브랜드들의 경쟁력은 매우 뛰어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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