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A 씨는 월급 300만 원을 받는다. A 씨의 월급명세서를 보면 기본급 200만 원에 재직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과 직책수당이 총 50만 원, 식대와 교통비가 총 50만 원이다. 종전에는 이 근로자의 통상임금은 정기상여금과 직책수당 50만 원을 뺀 250만 원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됐다. 새로운 통상임금에 따르면 이 근로자의 통상임금은 인정되지 않던 50만 원을 포함해 300만 원이 된다. 50만 원이 늘어난 통상임금의 소득효과는 상당하다. 통상임금은 통상시급으로 바꿔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 등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법정 수당을 계산하는 통상임금 인정 범위가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통상임금은 실제 근로를 하기 전 앞으로 근로 가치를 정하는 속성 탓에 해석을 두고 노사가 법정 다툼을 할 만큼 해석의 어려움이 여전하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당을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새로운 통상임금 해석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의 새 통상임금 법리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6일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 지침의 구체적인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①왜 통상임금 범위가 늘어났나
-통상임금 해석이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소정근로의 대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 네 가지로 제시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근로계약을 통해 정한 소정근로시간의 대가, 미리 정해진 기간마다 지급하는 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률성(일정한 조건 충족도 포함)은 법으로 정해 판단이 쉽다. 하지만 법령상 근거가 없는 고정성이 문제였다. 고정성은 재직·근무일수처럼 임금지급 조건인데 근로기준법에도 없는 개념이다. 2013년 대법은 이 고정성을 끌어들여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통상임금 해석을 둘러싼 노사 법정 다툼이 크게 늘었고 법원마다 관련 사건의 판단이 엇갈렸다.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노사와 학계의 요구가 이어졌다.
②휴가비·명절 상여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나
-지난해 12월 19일 대법 전합이 판결한 새로운 통상임금 기준은 소정근로 대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고정성을 뺐다는 게 핵심이다. 대법은 고정성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통상임금의 본질은 소정근로의 대가란 점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고 평가된다. 고정성이 폐기되면서 2013년 대법 전합 판단과 달리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됐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각각 지급 시기와 지급 대상을 정하는 요건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하계휴가비와 체력단련비를 매년 기본급의 50% 각각 지급했다면 이 임금은 통상임금이 된다. 정기성을 갖춘 명절 상여금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임금의 명칭이나 형식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성과급은 기존대로 소정근로 대가로 볼 수 없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경영성과분배금·격려금·인센티브라는 명칭이 붙은 상여금도 같다. 성과급은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최소 한도의 일정액이 정해졌을 때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
③새 통상임금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
-대법원의 새 통상임금 판결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이후부터다. 대법은 새로운 통상임금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고 정했다. 새 통상임금으로 계산한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원칙적으로 제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단 판결일 이전에 이뤄진 소송 사건에 대해서는 새 통상임금이 적용된다. 올해 1월 23일 대법이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사건에서 재직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배경이다. 이 소송은 2015년 제기됐다.
④임의로 통상임금을 적용하지 않으면?
-당연히 임금체불로 처벌을 받게 된다. 고용부는 새 통상임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담회·설명회를 하고 현장 지도에 나선다. 동시에 노사 협의나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급조건만 바꾸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고용부가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복지포인트나 성과급을 늘리거나 바꾸는 방식으로 통상임금을 우회하려는 시도다.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약 13%로 무노조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사업장마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취업규칙을 변경하는 상황을 막기 취약하다는 점이 난제다.
⑤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부와 학계에서는 공통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통상임금 혼란의 배경에는 사업장마다 기본급을 낮추고 수당을 늘리는 관행이 자리했다.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수당을 늘려 인건비를 낮춘 것이다.
수당 단순화가 필요한 이유는 새 통상임금도 사업장마다 달리 적용되고 여전히 해석도 어려워서다. 대표적인 게 가족수당이다. 가족수당은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면 통상임금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근로자에게 기본금액을 가족수당 명목으로 지급하고 실제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에게 추가금을 지급하면 반대다. 이 때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이다.
고용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6단계로 제안한다. 진단→여건 분석→임금체계 개편 방식 결정→개편 준비→노사 협의→시행·점검이다.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 노사 협의와 법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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