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 인근 항구를 운영하는 홍콩 업체와의 계약 해지 검토에 나섰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조치란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파나마 정부가 홍콩계 기업 허치슨 포츠가 소유한 항구 운영권 계약을 취소할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정부는 소송을 피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계약 해지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허치슨 포츠는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이 소유한 CK허치슨홀딩스의 계열사다. 이 업체는 현재 파나마 운하 내 5개 항구 중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항구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허치슨은 1997년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따냈고 2047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상태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에 너무 많은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무력으로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2일 취임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파나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항구를 군사 작전의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파나마 운하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1999년 말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파나마에 이양했다. 파나마 운하 통행량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무역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화물의 약 75%가 미국을 향하는 해상무역의 핵심 통로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 파나마는 운하 통과료로 50억 달러(약 7조200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는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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