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을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수용하는 했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리샤 매클로플린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날 구금돼 있던 불법 이민자를 태운 첫 번째 미군 항공기가 관타나모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항공기에는 불법 이민자 9~10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클로플린 대변인은 이들에 대해 "매우 위험한 외국인 범죄자"라고 설명했다.
관타나모 해군기지에는 이미 외국인 테러 용의자를 수용하는 교도소와는 별개로 이주민 시설이 마련돼 있다. 해당 시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해상 불법 이민자 아이티인과 쿠바인을 수용하는데 사용돼왔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사람들을 무기한 구금하지 않을 계획이며, 미국 법을 따라 이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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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9.11 테러 이듬해인 2002년 쿠바와의 조약을 통해 영구 임대한 관타나모만의 해군기지에 테러 용의자 구금·수용 시설을 만들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한때 780명 이상이 수감돼 있었는데, 미 당국에서 기소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채 용의자를 장기간 가둬두거나 물고문을 자행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고 노력해지만 수감자를 줄이는데 실패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방부와 국토안보부가 3만 명 이상의 이주민을 수용할 수 있도록 기지 내 이주민 수용 시설을 확장하길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미 국방부는 텍사스주 엘패소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억류된 불법 이민자 5000명 이상을 추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군용기를 동원해 과테말라와 페루, 온두라스, 인도로 이들을 추방하고 있다. 군용기를 동원할 경우 민항기 1등석보다 비싼 이주민 1인당 최소 4675달러가 소요되는 상황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군을 동원한 이민자 퇴출을 강행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관타나모 해군 기지로 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멕시코 외무장관은 자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이민자를 관타나모 해군 기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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