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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간 유튜버 [여명]

[한영일 디지털미디어센터장]

계엄·난동·참사 등 모든 일상 영상화

'1인 미디어' 탄핵 국면서 큰 파괴력

극우 유튜버 중심 '이념 장사' 극성

극단 정치·가짜뉴스 확산 우려 커

당국, 적극 대처 움직임 보여야





모든 것이 생중계되는 시대다. 한 밤중 총 든 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고 법원이 테러를 당하는 과정과 비행기가 추락해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참혹한 순간조차도 영상에 고스란히 담기는 ‘끔찍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간다. 주변 곳곳에는 스마트폰과 폐쇄회로(CC)TV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른 채 어느새 카메라에 둘러 쌓인 ‘렌즈의 볼모’가 됐다. 단 한 뼘의 숨을 곳조차 잃어버린 존재처럼 말이다. 영상은 사회적으로 기록이면서 증거의 힘을 갖는다. 그리고 한편으로 프로파간다(propaganda·선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상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요즘엔 그 이념 선동의 맨 앞에 유튜브가 있다. 보수든 진보든 가릴 것이 없다.

헌정사 초유의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그 가운데 유튜버 3명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유튜버가 난동의 한 가운데서 조명받는 첫번째 사례가 된 것이다. 돌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기 시작한 한국사 강사의 유튜브 채널은 2주 만에 구독자 수가 두 배 급증해 115만명을 넘겼다고 한다. 구독자가 52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법원 난입 전날에 ‘폭력적 저항권’을 외치면서 보수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법원 난입에 앞장선 한 교회의 전도사로 알려진 인물도 3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모은 대형 유튜버로 알려졌다.

여당 대표 인사가 유명 극우 유튜버 10명에게 명절 선물을 보낸 것만 봐도 이번 계엄국면에서 유튜버들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엿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선 ‘광장의 촛불’이 타올랐다면 이번 탄핵국면에서는 유튜브를 앞세운 ‘1인 미디어’가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8년 만에 정치와 여론의 매커니즘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특히 유튜브는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와 결합된 효과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젊은이의 전유물에서 이번 계엄 국면을 지나면서 나이든 이들조차 유튜브 열성 구독자로 탈바꿈했다. 20여년전 한 여배우의 동영상이 중장년층의 이메일 개설 붐으로 이어져 한국 IT 발전에 큰 공(?)을 세운 것처럼 말이다. 지난달 윤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이후 18일간 슈퍼챗을 통해 극우성향으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 5개가 벌어들인 돈은 2억7000여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분노와 극단의 정치가 밥을 먹여주는 ‘이상한 세상’이 온 것이다.

구독자 중심의 유튜브는 더욱 강력한 무언가를 요구하고 이는 결국 자극적인 가짜뉴스 확산으로 이어진다. 최근 집회를 막는 경찰이 중국인이라는 루머에서부터 급기야 ‘무안참사는 조작’이란 어이없는 음모론까지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갔다. 유튜브는 일종의 마약이다. 알고리즘에 따른 일방적 콘텐츠 제공을 보면 알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어느 한쪽의 영상을 찾아서 시청만 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소비자 맞춤형’이라는 미명 아래 비슷한 정치적 성향의 콘텐츠만을 계속 보여 준다.

유튜브 사전에 균형이란 없다. 그저 일방의 사고만 존재할 뿐이다. 사탕을 좋아하는 소비자에게 계속 달콤한 것만 쥐어 주는 셈이다. 소비자의 건강에는 관심이 없고 어찌됐든 그저 트래픽만 많이 나오면 그만이다. 이는 결국 극단의 정치 또는 확증편향성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모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의 내용이 진보든 보수든 상관하지 않는다.

계엄이 불러온 탄핵정국은 얼마 간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그것이 탄핵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와는 상관없이 일부 극렬 유튜버들은 막무가내식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정치적 대립을 빌미로 증오를 팔아 계속 돈벌이에 나설 것이란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더구나 최근 두 달여 간의 상황을 놓고 보면 조만간 있을 수도 있는 대선 기간에 유튜브를 통해 흑색선전과 가짜뉴스가 난무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쯤되면 당국도 무언가 대비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아무리 ‘대행 정부’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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