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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 봉황의 청와대 귀환





1967년 1월 대통령 공고 제7호를 통해 두 마리의 봉황이 무궁화를 감싸 안은 문장이 ‘국가 최고 권력’의 공식 상징으로 선포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의전 차량에 간간이 얼굴을 내밀던 전설의 새 봉황은 수컷인 ‘봉(鳳)’과 암컷인 ‘황(凰)’이 합쳐진 상상의 존재다. 기러기의 앞모습과 닭의 부리, 용의 비늘과 거북의 등껍질을 두루 갖췄다. 이는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德)·의(義)·예(禮)·인(仁)·신(信) 등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성군이 나타나 태평성대가 오면 모습을 드러낸다는 이 영물은 그렇게 권력의 집무실 벽면과 깃발, 휘·표장, 기념품 등에 깊이 각인됐다.

권력에 상징을 세우는 것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의 흰머리독수리는 힘과 자유를, 러시아의 쌍두독수리는 비잔틴제국의 계승을, 프랑스의 월계수는 공화국의 가치를 대변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봉황은 유독 권력의 부침과 운명을 함께했다. 탄핵이라는 헌정사적 비극 속에서 깃대 아래로 내려지기도 했고 ‘왕권의 잔재’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29일 0시 용산 대통령실을 지키던 봉황기가 다시 청와대 본관에 게양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취임일인 2022년 5월 10일 용산을 향해 떠난 지 1329일 만의 귀환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을 벗어나 국민 곁으로 가겠다며 용산 이전을 택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소통은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진심이 만드는 것임을 우리는 뼈아프게 확인했다.

봉황이 다시 청와대 위로 날아오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엄이 아니라 소통과 화합이다. 암수의 봉과 황이 하나가 된 그 몸짓을 여야와 보수·진보, 기업과 노동자, 남성과 여성을 가르지 말고 공정하게 아우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재명 청와대’는 봉황의 날개 아래 깃든 다양성과 절제된 권력, 그리고 책임과 균형의 엄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림하는 새가 아닌 통합의 바람을 일으키는 봉황의 힘찬 날갯짓을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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