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모든 국가로부터 적자를 보고 있는 현 상황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미국이 EU로부터 35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관세 부과는) 곧 실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이어 EU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하면서 미국이 4대 수입국 모두에 관세를 올리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1위 수입국(2023년 기준)은 EU로 5763억 달러어치를 들여왔고 2위는 멕시코(4752억 달러), 3위가 중국(4269억 달러), 4위가 캐나다(4186억 달러)다. 1~4위 국가들로부터의 총수입액은 약 1조 9000억 달러로 미국 전체 수입액(3조 2000억 달러)의 59.3%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수입액의 60%를 담당하는 나라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EU로 관세 전장을 확대한 것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미국은 최소 2000년 이후 계속해서 EU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EU는 미국산 자동차·농산물을 사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또 관세를 위협 수단으로 삼아 EU의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월 EU는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불공정 관행을 일삼았다며 애플에 18억 4000만 유로(약 2조 77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23일 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EU 관계자들을 앞에 두고 “EU가 이들 기업(미국 빅테크)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과징금은 일종의 세금이며 우리는 EU에 불만이 매우 크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와 함께 EU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려는 의도 역시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언에 EU 측은 “우리 제품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모든 무역 파트너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최소 기준 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미국 내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 물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캐나다·멕시코·중국산에는 이 면제 조항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CNBC는 “테무·쉬인 등이 이 조항을 이용해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며 이들 업체를 겨냥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당해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수년간 모든 사람을 도와왔지만 나는 사람들이 그것을 고마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약품이나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훨씬 싸다. 우리는 더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8대 무역적자국인 우리나라도 트럼프의 표적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