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차 엄포를 놓았다. 위협에 그칠 줄 알았던 ‘트럼프 관세’가 코앞에 닥치자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 역시 보복관세를 비롯한 대응 카드를 마련하면서 북미 지역이 트럼프 2기발(發) 무역 전쟁의 첫 전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관세에 관한 질문에 “(2월) 1일 토요일에 부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별도로 25%의 관세를 물릴 것”이라며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를 이유로 2월 1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당사국 간 논의가 이어지면서 관세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관세 부과 시한을 이틀 남기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국제 금값은 통상 관련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등을 반영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이날 한때 트로이온스당 2799.40달러까지 치솟았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 현물 가격 역시 전 거래일 대비 2.5% 넘게 뛴 31.67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하락세를 띠던 국제유가 역시 상승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3달러, 브렌트유는 77달러 선을 되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원유도 관세 품목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부과할 수도,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원유에 대한 결정은 오늘(30일) 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대량으로 수입하는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을 의식한 듯 “우리는 필요한 원유를 전부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캐나다와 멕시코 모두 미국 관세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 만반의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산 수입품 1050억 달러(약 152조 원) 규모에 대한 보복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기 위한 목록을 작성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원유와 우라늄 등 전략물자에 대해서는 대미(對美) 수출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 역시 5%, 10%, 20%의 단계적 보복관세 조치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정통한 소식통은 “철강과 알루미늄·돼지고기·버번위스키 등이 1차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관세 전면전이 불러올 충격을 우려해 트럼프 정부 참모들이 모든 수입품이 아닌 특정 품목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측이 철강과 알루미늄 등으로 표적화된 조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를 시작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전 세계로 빠르게 반경을 키우고 있다. 그는 이날 중국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트루스소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겨냥해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브릭스 정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가) 브라질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상호주의가 적용될 것”이라며 보복 대응을 예고했다. 로이터는 “미국은 석유와 철강 제품, 커피, 항공기 등을 브라질로부터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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