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후 처음으로 31일 참모진을 만나 “대통령실이 국정의 중심인 만큼 의기소침하지 말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접견을 통한 옥중 메시지로 여론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강의구 부속실장은 오전 10시부터 30분 동안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구치소 수감 이후 윤 대통령의 변호사 외 일반 접견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건강하고 의연한 자세를 견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에 또 “연휴 중 의료 체계는 잘 작동됐나”라며 “나이 많이 잡수신 분들이 불편을 겪지는 않으셨나”라고 물었다. 현직 대통령으로 구속 상태지만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강조하고 정부의 핵심 과제인 의료 개혁 상황을 진정성 있게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 접견 후 대통령실 직원들에 “견위수명(見危授命·위기에 목숨을 내놓음)의 자세로 난관을 굳건하게 헤쳐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 접견에 이어 여당 주요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옥중 정치’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기·이관섭 전 비서실장 등 전직 고위 참모들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상현 의원 등이 각각 윤 대통령 면회를 추진하고 있다. 구치소 일반 접견은 1일 1회만 가능해 김건희 여사는 일단 윤 대통령 면회를 미루며 기회를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대통령 사건을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해당 재판부는 앞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의 재판을 맡고 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여당에서 제기한 정치 편향성 논란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권한 침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헌재는 이날 “(탄핵 심판) 판단에는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며 “정치권 등이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 심판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인으로 채택하고 심문 기일을 2월 11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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