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집회·시위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한 공무집행방해 사범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경찰공무원에 심각한 상해를 입혀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관에게 전치 5주의 부상을 입혀도 집행유예가 선고되는가 하면 경찰관을 차량으로 치고 달아나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 위협까지 해야 겨우 실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집회·시위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공무집행방해 행각이 일어나고 있지만, 불구속 건수와 재판 시 벌금형 선고 건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권력 위협행위에 대한 경미한 처벌이 공권력에 대한 시민의식의 결여로, 종국에는 공권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서울경제가 분석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15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특수공무집행치상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동조합 조직쟁의실장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1월 한 건축현장에서 자신이 속한 노조 조합원 채용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노조원 50여 명과 함께 집회에 나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경찰관을 넘어뜨려 발로 밟거나 주먹으로 가격해 경찰관 4명에게 전치 2주, 1명에게 전치 4주, 1명에게 전치 5주의 부상을 입혔다.
A 씨는 2019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 재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법원은 본인이 자백했고 피해자들을 위해 공탁을 했으며, 사건 직후 노조에서 직을 사임해 재범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실형도 경찰관을 차량으로 치고 건물에 침입한 뒤 이를 제지하는 다른 경찰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 위협을 해야 겨우 1년이 선고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4월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침입 사태와 유사한 혐의인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용물건손상,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B 씨는 2022년 1월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생각해 차량을 몰고 선관위 정문을 막는 경찰관 1명을 치고 주차차단기 차단봉 부수고 청사 경내로 진입했다. 이후 자신을 제지하는 경찰 3명과 자신의 차량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을 자백했다는 점 등 양형 이유로 고려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외에도 경찰을 차량으로 친 피고인에게는 징역 6개월이, 다중 집회 상황에서 시위대 안으로 경찰을 끌어들여 주먹으로 후두부를 가격해 전치 2주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을 입힌 피고인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된 사례도 있었다.
비단 집회·시위 뿐만 아니라 음주단속이나 치안유지를 위한 순찰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발생하는 공무집행방해 행위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공무집행방해 사범으로 검거된 인원은 총 1만759명으로 2021년 9132명, 2022년 1만288명에 이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 중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된 인원도 2021년 453건, 2022년 583건, 2023년 606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불구속 인원 또한 2021년 8659명, 2022년 9714명, 2023년 1만92건으로 함께 늘어났다.
정보성 광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질 경우, 사회적으로 '경찰에 대한 폭력이 그렇게 큰 죄가 아니구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공권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며 “경찰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떨어진다면 경찰은 직무에 대한 효능감과 자신감을 잃게돼 적극적인 업무 집행이 어려워져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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