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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안한 가자, 휴전협정 파기 우려에 인도주의적 위기도

휴전 16일차 2단계 협상 놓고 양측 이견

이스라엘, 가자 군사력·통치권 포기 요구

서안지구 합병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020년 9월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중동 이웃 국가들 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지난 2023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총성이 멈췄지만 주민들의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휴전 협상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사전에 합의한 인질 및 수감자 석방 문제를 두고 충돌하고 있으며, 또 다른 분쟁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중동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지난 26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에서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가기 위해 몰려 있다. EPA연합뉴스


극우 압박에 트럼프 복귀까지…내우외환에 휴전 파기 불안 확대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나흘 뒤인 19일부터 휴전에 돌입했다. 총 3단계 구성된 휴전안은 양측이 앞으로 6주간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교환하며 영구 휴전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하마스는 현재 1단계 합의안에 따라 최초 인질 4명을 석방한데 이어 일주일에 인질 3명씩 추가로 석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단계별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총 2000명 가량을 석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점진적인 철수와 팔레스타인인 피란민들의 귀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최종적으로 가자지구 재건 작업도 추진된다. 양측은 휴전협상 발효 16일째인 오는 2월 3일 시작될 2단계 휴전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로 구성된 중재국들은 추가 충돌을 막기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휴전협상 본부를 설치하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협상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 등이 휴전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내각과 추가 논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현지 매체 타임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언제든지 군사행동을 재개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자지구 통치권을 두고도 양측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충돌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2단계 협상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군사력과 통치권을 모두 포기하지 않는다면 전투를 재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협상이 자신의 성과라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직후 "가자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단계별로 모두 지켜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이 발효된 지난 1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가자지구 북부로 향하는 자바리야의 사프타위 지역 도로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회수도 못한 시신만 1만 구…재건 장기화 불가피



휴전 3단계에서 추진될 가자지구 재건 논의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휴전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대한 불안은 사라졌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이 직면한 현실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가자전쟁으로 200만 명 이상의 가자인들이 집과 일자리를 잃어 식량 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전쟁으로 가자지구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돼 재건에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엔은 가자지구 전역의 건물 60% 이상이 손상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건을 논의하기 이전에 시신 수습을 위해 필요한 장비 부족 문제도 걸림돌이다. 가자지구 민방위국은 1만 구 이상의 시신이 여전히 잔해 속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샘 로즈 국장 대행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황폐화된 가자지구 재건 과정은 인도주의적 구호품의 지원이 약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하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식품, 의료, 건물, 도로 등 인프라 뿐만 아니라 개인, 가족, 공동체가 지난 15개월 동안 그들이 겪은 트라우마와 고통, 상실 등의 회복은 매우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지역의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안지구로 옮겨간 가자전쟁…영토 편입 야욕 드러내



이번 전쟁은 휴전협정이 타결된 이후 서안지구로 전선을 옮겨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 주거지에 대한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고, 이스라엘인 정착지 확장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1일 서안지구 제닌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등 서안지구의 무장단체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 지역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서안지구는 국제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행정권을 지녔지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며 이스라엘인을 보내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단체인 피스 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허가 없이 59개의 새로운 전초기지를 세웠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서안지구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가자전쟁 이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서안지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식적으로 자국 영토로 합병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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