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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나랏돈 축내는 벌레' 아냐"…제주항공 참사로 부모 잃은 20대, 악플 자제 호소

‘긴급생계비 지원’ 악성 댓글 관련 심경 전달

“가족 목숨값…펑펑 쓰고 싶은 마음 들겠나”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참사로 사망한 오인경·박승호씨 부부의 유골함. 사진=아들 박근우씨 SNS 캡처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부모를 잃은 20대가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라며 악성 댓글로 상처 받고 있는 유가족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대학생 박근우(23)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지난달 29일 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로 예정된 부모님을 기다리던 박씨는 참사 당일을 회상하면서 “‘새가 비행기 날개에 끼어 착륙을 못 한다, 유언해야 하나’라는 어머니의 메시지에도 ‘설마’ 싶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광주광역시에서 무안공항까지 30분 만에 달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무안광주고속도로에는 미친 듯이 엑셀을 밟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더 있었다”고도 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30일엔 어머니를, 31일엔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찾고 나니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며 “이 엄동설한에 힘들게 일해주신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 자원봉사자분들, 그리고 유가족협회 대표단 모두 고마운 분들뿐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런 고마운 분들 덕분에 우리 부모님을 잘 모셔드릴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앞으로 제가 갚아야 할 빚”이라고 썼다.



특히 박씨는 유가족 보상금에 대해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 설령 사고 보상금이 들어온다 한들 그게 우리 가족들 목숨값인데, 펑펑 쓰고 싶은 마음이나 들까”라며 씁쓸해했다. 이어 “이번에 긴급생계비 300만 원이 모금을 통해 들어왔다고 기사가 뜨니 악성 댓글들이 엄청 달리더라. 그런 댓글 하나하나도 저희에겐 너무나도 큰 상처가 되고 있다”며 “돈 벌자고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근우씨가 사고 전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 사진=박근우씨 SNS 캡처


박씨는 “고아가 됐는데 아직 제대로 슬퍼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의 걱정에 깔려 죽어버릴 것 같다. 어디로 도망가 버리고 싶다. 먹고 살려면 지금 당장 돈 벌어야 할 판”이라면서도 “그런데도 잊혀서 모든 게 유아무야 흩어지고 흐지부지돼서 내가 잃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될까 그게 싫고 두려워서 생업을 제쳐두고 유가족들이 무안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가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무안공항과 여객기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며 “그래야만 저희도 이 모든 슬픔과 허탈감을 가슴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다시 동료 시민 여러분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한 번만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동료로서 저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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