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내란 특검법 찬성 등으로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은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을 향한 당내 탈당 압박과 비난 세례 속에서도 “옳음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과 내란 특검 등 표결에서 당론을 어기고 공개 찬성 의사를 밝힌 뒤 당내 주류 의원들과 지역구 지방의원, 당원 등이 가하는 3중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6선의 조경태, 4선의 안철수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도 내란 특검법 표결 전후로 공개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초선인 김 의원이 집중 타깃이 된 모양새다.
전날에는 여의도와 울산 등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그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자체 내란 특검법을 발의하자”는 주장을 펼치자 원내수석대변인인 김대식 의원은 곧바로 연단에 나와 “우리가 전두환 추종세력인가. 우리가 히틀러, 김상욱은 유대인인가”라고 비판했다. 김대식 의원은 평소 ‘형동생’ 사이로 지냈던 김 의원을 향해 “김상욱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며 “생각이 다르면 함께 갈 수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사실상 자진 탈당을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시 지방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 진영의 분열을 초래했다며 김 의원의 탈당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걸 울산시의원, 이정훈·이소영 남구의원은 “김 의원의 행보는 당론을 무시하고, 지역 민심과 이반되며, 국민의힘 통합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며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통합을 위협하는 김 의원은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자신을 겨냥한 탈당 요구에 A4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당리당략과 진영논리 등에 빠져 정통 보수의 길을 추구하지 못하고 극우적 모습에 빠진다면, 이를 지적하는 것이 ‘충성스러운 반대’이자 당을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이런 고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보수의 길을 버리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독재도 괜찮다는 반헌법·반민주주의 극우의 길을 가도록 방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탈당 요구 이유로 내세운 각 사유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입장과는 별개로 내란 특검법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를 향한 비난 행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의총에서 김 의원을 둘러싼 설전이 잇따르자 그에게 탈당 권유를 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마저 나서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의총에서 특정 의원에 대해 공개적인 신상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전날 의총에서의 ‘비상계엄 특검법’ 발의에 관한 당내 의견을 토대로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특검법’에 맞선 독자적인 법안 발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자체 특검법엔 따를 지 여부에 대해 “국민들의 의구심이 크기 때문에 내란 특검은 반드시 진행돼야 하고, 우리 당이 앞장서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의 수정안과 민주당안 중 어느 것이 맞는지 고민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