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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벗이여, 기다렸소"…'당파 초월 우정' 카터에 포드가 남긴 추도사

지미 카터, 향년 100세로 별세

제럴드 포드, 생전 추도사 작성

생전 당파 초월한 우정 유지해

제럴드 포드(우측)와 지미 카터(좌측) 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지미, 우리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소. 나눌 이야기가 많네.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하네, 오랜 벗이여.”

지난달 29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영결식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진행된 가운데, 그의 ‘라이벌’이자 ‘소중한 친구’인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추도사가 낭독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향년 93세로 별세한 포드 전 대통령은 생전에 카터 전 대통령 앞으로 추도사를 작성해뒀다. 생전에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눈을 감든, 상대를 위한 추도사를 준비해놓자는 약속 때문이었다. 이는 퇴임 후 수십년간 우정을 유지했던 두 전직 대통령 간의 약속이었다. 카터 전 대통령도 포드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에 대한 추모사를 준비해뒀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아들인 스티븐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아주 짧은 기간 지미 카터와 나는 라이벌이었다”며 “그러나 그 후 수년간 쌓은 우정은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 이후 두 명의 대통령으로서 우리를 결속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 소중한 친구가 되기 전까지 정적으로서도 서로를 존중했는데, 이는 공유하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지미가 내 성질을 건드린 적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서로 신경을 안 건드리는 정치인이 있겠느냐”고 농담했다. 1976년 대선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이 자기 신경을 건드렸다면서도 “그는 내 정치적인 약점을 잘 알고 있었고, 성공적으로 지적해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포드 전 대통령은 “그때는 대선 결과가 얼마나 깊고 오래가는 우정을 가져다줄지 몰랐다”면서 두 사람이 친구가 된 과정을 소개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스티븐 포드가 9일(현지시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에서 아버지의 추도사를 대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포드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장례식에 에어포스원을 카터와 함께 타고 참석하면서 친분을 다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나는 카이로까지 긴 비행이 얼마나 어색할지 걱정했으나 돌아오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며 “대서양 상공 어디쯤에선가 카터와 나는 정치를 초월하는 우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포드는 “우리는 즉각 전직 대통령의 특권들 중 하나를 행사하기로 했는데, 전투의 열기 속에서 서로에게 거친 말을 했다는 사실을 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고 우린 더 ‘즐거운’ 주제에 대해 얘기했다며" “가족, 신앙 이야기, 서로의 경험들, 그리고 백악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인생이 계속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직과 진실함은 지미 카터라는 이름과 동의어”라며 “카터에게 정직은 그가 열망하는 목표가 아니라 영혼의 일부였다”며 카터를 추모했다. 포드는 “저와 지미 둘 다 선거에서 패배하는 고통을 겪었고, 그것이 얼마나 쓰라린 경험인지를 잘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적 패배가 가져다주는 ‘자유’를 깨닫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작별인사를 건넬 시간이 왔나 보다. 우리는 이 훌륭한 분을 알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과 감사로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있다”며 “제 입장에서는, 지미, 우리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 나눌 이야기가 많다. 오랜 벗이여,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하네”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추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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