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능력 58위의 중견 건설사이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 업계의 유동성 위기 공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율 상승, 미분양 여파로 인한 건설사 위기가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까지 북상했기 때문이다. 과거 63빌딩을 시공한 신동아건설은 ‘파밀리에’ 브랜드를 앞세워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등을 분양하는 등 수도권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유동성 공급과 공사비 현실화 등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중대형 건설사의 부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은 2019년 11월 워크아웃 졸업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기업 존폐의 위기에 섰다.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배경은 미수금 증가 등에 따른 유동성 악화 때문이다. 신동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 분양 실적 부진, 공사비 미수금과 금융 비용 누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영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송산그린시티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실패 등이 맞물리면서 회사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의 미수금은 매년 증가했다. 2020년 719억 원이던 미수금은 2021년 931억 원, 2022년 1056억 원, 2023년 2146억 원으로 급증했다. 미분양 등으로 인해 건설 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동아건설은 2022년 ‘파밀리에’ 브랜드를 내세워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경남 진주 신진주역세권 타운하우스 분양에 나섰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이 기간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349.26%에서 2023년 말 428.75%로 뛰어올랐다. 특히 지난해 12월 도래한 60억 원 규모의 어음 등을 막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이 올해 상환을 계획한 차입금만 2150억 원 상당이다.
신동아건설 법정관리의 트리거인 미분양에 따른 미수금 증가는 이미 10대 건설사 등 1군 건설사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의 미청구 공사액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10대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은 19조 5933억 원으로 2023년 말보다 11.68% 증가했다. 대부분 미분양 물량 탓이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1만 7262가구) 대비 1045가구(6.1%) 증가한 1만 8307가구로 2020년 7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로 집계된 바 있다.
이에 지방에서 시작된 건설업 줄도산이 저지선을 뚫고 수도권, 1군 건설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필요한 금리 인하 등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 장기화로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에서는 건설업 부도가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부도 건설 업체는 모두 3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21곳보다 9곳 증가한 것으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에 선별 수주 경향이 뚜렷해지고 동시에 일감이 줄면서 특정 사업장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금리가 지난해보다 내리면서 건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컸지만 탄핵 정국과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와 고금리로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한계치에 달했다”며 “중견 건설사의 경우 정기 도급계약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올 상반기에도 폐업이나 부도 소식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정책으로 공공 부문 건설투자가 감소한다는 점도 먹거리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사에는 악재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1.4% 감소해 약 302조 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는 역성장세가 이어지면서 300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2024년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공사비 불안과 부동산 PF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건설투자 감소 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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