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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문 이정은6, 재기 구슬땀…"성적 안났지만 성장, 올핸 빛날 거예요"

국내 6관왕 뒤 2019 US오픈 제패

샷 부진에도 쇼트게임 기량 향상

원인 알았으니 좋아질 일만 남아

국내 복귀는 전혀 생각한적 없어

팬들 지지 뭉클…자신감 찾을 것





“새해는 투어 10년 차를 맞는 해이자 골프 입문 20년이 되는 특별한 해예요. 작년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성장한 부분도 많은 만큼 올해는 꼭 시즌 최종전에 초대 받을 수 있도록 잘해볼 겁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인 2017년에 사상 첫 6관왕을 차지하고 이듬해에도 상금과 평균타수 1위에 오른 이정은6(29·대방건설).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수석 합격하고 주 무대를 옮긴 그는 2019년 LPGA 루키 시즌에 최고 메이저 대회라는 US 여자오픈을 제패해버렸다. 신인상도 그의 차지. 그대로 성공가도만 달릴 것 같았다.

하지만 얄궂은 골프는 그 후로 이정은에게 등을 돌려버린 형국이다. 잡힐 듯하던 2승째는 점점 멀어져 갔고 지난해는 톱10 진입이 아예 없는 최악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20개 출전 대회 가운데 열 번을 컷 탈락했다.

그러나 한 해 4승 등 통산 6승을 올렸던 국내 투어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정은의 재기를 의심치 않는다. 이정은의 영원한 롤모델인 ‘프로 대회 통산 66승’의 신지애도 그중 하나다. 최근 경기 성남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이정은은 “신지애 프로님은 ‘볼 스트라이킹은 타고났다’ ‘잘하는 아이니까 자신감 잃지 마라’는 얘기를 늘 해주신다”며 미소를 보였다.

타고난 샷에도 5년 동안 우승이 터지지 않는 이유는 대체 뭘까. 이정은은 “연습한 만큼 실전에서 나오지 않는 게 선수들은 가장 답답한 법인데 그동안의 내가 그랬다. 연습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은데…”라고 했다. 미세한 부분의 스윙 교정에 매달려온 그는 “돌아보면 미국 진출 후 2~3년 간 사실상 혼자 연습하면서 몸의 회전을 바로잡으려 했고 다소 잘못된 방향으로 연습을 너무 많이 한 결과로 큰 근육이 잘못 잡혀버린 측면이 있다. 지금은 샷이 안 되는 주된 원인을 찾았으니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6’이 새겨진 헤드 커버를 보여주는 이정은6. KLPGA에 동명이인이 많아 입회 순서에 따라 이름에 6이 붙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그냥 ‘식스’라 부른다”고 했다.


국내 투어로의 복귀를 생각한 적은 없을까. 이정은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 가면 한국 투어 대회도 기회 되면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죠. 하지만 ‘미국에서 안 되니 한국 갈까’ 이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어요. 한국 투어도 결코 쉬운 투어가 아니고 미국에서 안 되면 한국에서도 안 된다고 봐요, 저는.”

성적이 안 나는 사이에 골프는 어떤 면으로는 더 성숙해졌다. 이정은은 “전체적으로 샷이 다 안 되다 보니 쇼트 게임과 트러블 샷 기량이 늘었다. 가장 잘 치던 시기에는 쇼트 게임은 잘 못해도 샷으로 먹고 사는 선수였는데 완전히 바뀐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분명히 성장한 부분이 있다. 컷 탈락하면 하루는 연습하고 하루는 주변 관광을 하면서 골프 외적으로도 여유를 갖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돌아봤다. 영어도 늘었다. 이정은은 최근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 골프 방송에 나가 2시간 여 동안 진행자들과 큰 무리 없이 영어로 소통했다.

이정은은 당장 ‘올해는 꼭 우승하겠다’는 식의 각오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린 적중률을 끌어올리는 게 첫 번째이고 평균 타수도 많이 낮춰야 한다. 시즌 포인트 톱60에 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아시아 대회들을 다 참가하고 시즌 최종전인 CME 투어 챔피언십을 나가는 게 목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겨울 훈련에 들어가는 이정은은 다음 달 6일 파운더스컵이 새 시즌 첫 출전 대회다. 연말 팬클럽 모임에서 변함없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어느 때보다 뭉클했다는 그는 “다시 자신감을 얻는 한 해가 되면 좋겠고 아마 그렇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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