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이 부상하며 리더십 위기가 대두한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리가 사임했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당과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의 연정 협상이 불발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네함머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유감스럽게도 오늘 협상이 끝났고 국민당은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총리와 국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질서 있는 이양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오스트리아 연정 협상 결렬은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부상하고 있지만 기존 정당들이 이들과 손을 잡기를 꺼리면서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총선을 통해 극우 국민연합(RN)이 단일 정당 최다 의석을 차지했고, 최근 연정이 무너진 독일에서도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급부상하며 정권 교체를 위협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나치 계열의 극우 자유당이 의석 수 1위를 차지했다. 단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한 상황에서 총선 2위 국민당과 3위 사회민주당이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두 정당의 의석을 합쳐도 상원 과반을 단 1석 차로 겨우 넘기기에 연정이 출범해도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초반부터 나왔다.
국민당과 사회민주당 사이의 이념 차도 연정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협상에서는 이전 정부가 남긴 적자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이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네함머 총리는 사임 의사를 밝히며 “사회민주당은 파괴적인 세력이 내부 우위를 차지했다. 국민당은 경제 경쟁력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정책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정부 리더십 공백 속에서 오스트리아는 3년 연속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경기 침체를 겪었고 실업률도 증가 추세에 있으며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3.7%에 달해 EU 기준인 3%를 넘는다. 리더십 공백을 메울 선택지는 자유당을 포함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방법이 언급되지만, 자유당 지지율이 총선 이후 더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조기 총선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