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이틀 만이다. 한 대표의 사퇴로 2020년 출범 이후 여섯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맞게 된 국민의힘은 당내 중진을 중심으로 신임 비대위원장 인선에 돌입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국민과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7·23 전당대회’를 통해 집권 여당의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자신의 사퇴를 촉구한 친윤계를 겨냥한 듯 “불법 계엄을 막아내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낸 게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자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동조한다면 보수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탄핵 찬성 결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낙마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출범 이후 여섯 번째이자 윤석열 정권 이래 다섯 번째 비대위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이날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 경험 많은 당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의원총회에 이를 제안했다. 신임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5선의 권영세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나경원·김기현 의원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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