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타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 문제에서 양보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공전을 거듭한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군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가자지구 철수를 더는 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중재국들에 전달했다.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선인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양분하는 '넷자림 회랑'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이 휴전 이후에도 주둔하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입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하마스는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검문소'에 대원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에도 합의했다. 중재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해 11월 나흘간의 일시휴전 이후 처음으로 억류 중인 인질들의 명단을 지난 8일 중재국에 넘겼다. 해당 명단에는 미국 국적자와 여성, 고령자와 이미 숨진 인질 5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측은 이와 함께 인질과 맞교환할 팔레스타인인들의 명단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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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WSJ에 보낸 성명에서 "포로 교환 합의에는 쌍방이 있어야 한다. 적(이스라엘)은 중요한 합의에 이르기 위한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돼 온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은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장기간 공전을 거듭해왔다. 최근 미국의 주도로 협상이 진전을 보였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의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등 추가 조건을 제시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자전쟁 이후 하마스를 지원해오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에 동의하면서 사실상 하마스가 고립되면서 휴전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휴전 협상에서 확실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하긴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백악관은 11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이스라엘 방문을 시작으로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를 잇따라 찾아 가자전쟁 휴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정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이날부터 요르단과 튀르키예를 방문한다.
다만 아랍권 협상가들은 과거 여러 차례 휴전협상이 무산됐던 것처럼 하마스가 마지막 순간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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