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을 수습할 차기 원내 사령탑 선출을 두고 국민의힘 내 계파 간 세 대결이 격화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한동훈 대표에게 “또 다시 친윤(친윤석열) 지도부는 있을 수 없다”는 우려를 전달한 반면, 수적 우위를 자신하는 친윤계는 일찌감치 표계산에 들어간 모습이다. 5선 권선동 의원과 4선의 김태호 의원 간 양자 대결이 친윤계와 친한계 간 대리전으로 치달으면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내 자중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당 대표실에서 고동진·김건·김상욱·곽규택·박정하·박정훈·배현진·서범수·송석준·장동혁·정성국·주진우·진종오·유용원·한지아, 김종혁 최고위원 등 친한계 인사들과 연이어 회동을 갖고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다수의 인사들은 한 대표에게 권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지아 의원은 한 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우리 당의 중진들은 용산과 거의 결을 같이 갔다. 그로 인해 현재 시점에 우리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 차원의 상징인 권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나와 우려가 된다는 점을 한 대표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김종혁 당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지금 내란죄 수괴 혐의로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친윤의 핵심인 분이 또 원내대표가 된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도 주변인들에게 권 의원의 출마를 두고 “국민들에게 계엄 옹호당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취지로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권 의원이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진 지난 10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친윤계는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권 의원의 당선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조은희 의원이 텔레그램을 통해 친윤계 이철규 의원으로 추정되는 인사에게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호표’를 계산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대화방에는 13명은 ‘(권 의원 지지) 확실’, 3명은 ‘불확실’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권 의원은 자신의 출마를 ‘한동훈 체제 붕괴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당 안팎의 시선에 대해 “정말 모멸적이고 악의적인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출마를 겨냥해 마치 친윤계가 합심해 한동훈 체제를 붕괴시킨다거나, 제2의 이준석 대표 사태를 만든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 대표를 겨냥한 것이든, 저나 김태호 후보를 겨냥한 것이든 분열과 혼란을 더하는 행동은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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