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일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시연회를 열고 영어 과목의 주요 기능을 선보였다. 영어 발음을 교정하고 문법 오류를 실시간으로 지적하는 등 기술적 기능이 돋보였다. 하지만 사교육 학습지와의 차별화가 부족하고 학생들 간 협력·토론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중1 영어 과목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사 관계자들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수업을 시연했다.
가장 주목받은 기능은 영어 발음과 문법을 실시간으로 교정해주는 AI 기술이었다. 학생이 영어 문장을 읊으면 AI가 발음을 분석해 곧바로 그래프 형태의 피드백을 제공했다. 영어 문장을 작성할 때도 AI가 문법 오류를 즉시 잡아내고 그 이유까지 설명해 학생들이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이해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학생이 ‘현재 진행형’ 같은 영어 문법 개념에 대해 질문하면 AI 챗봇이 바로 설명해주는 기능도 포함돼 있었다. 교사가 모든 학생의 발음과 문법 오류를 일일이 교정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러한 AI 기능들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AI 교과서의 형성·진단 평가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학생이 학습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추천하는 식이다. 평가 결과는 자동으로 채점돼 교사에게 리포트 형태로 제공되며 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지도할 수 있다.
또 교사는 AI 교과서를 통해 학급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예를 들어 수업 내용과 활동 순서를 자유롭게 조정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추가해 수업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시연회 현장에서는 AI 교과서가 오히려 교사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AI가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생 개개인에 맞춘 지도를 구체화하는 책임이 결국 교사에게 주어져 업무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교과서가 기존 사교육 학습지와 기능적으로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다는 비판 또한 있었다. 공교육에서의 역할과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고 학습 동기부여나 학생 간 상호작용 촉진 면에서 AI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AI 교과서의 기능이 주로 기술적 피드백에 집중돼 있으며 학생들 간의 협력 학습이나 토론 수업을 활성화하는 데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한계로 언급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