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제도는 서구의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인정된다. 그만큼 일반징계절차를 통해서는 파면시키기 어려운 고위공직자를 위한 특별징계절차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 얼마나 자주 사용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나치당 같은 극단주의 정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 위헌정당해산제도는 필요하지만, 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로 인해 선진국들에서 법적인 탄핵소추대상은 비교적 넓게 인정되더라도 실제 탄핵소추는 대통령과 판사에게 집중됐다. 이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 이외에 다른 징계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판사의 경우, 사법부 독립의 요청과 그에 따른 엄격한 신분보장 때문에 일반징계절차로 파면하는 것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검사에 대한 탄핵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도 판사도 아닌, 검사 탄핵소추가 이렇게 많은 것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탄핵제도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현행법상 검사가 탄핵소추 대상인 것은 맞다. 다만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어떤 의미에서 대통령이나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이상으로 소추요건을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편으로 검찰수사 및 공소유지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탄핵소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수사 및 재판지연으로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줄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의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검사를 탄핵소추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탄핵소추의결로 인한 권한행사정지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직접적인 이해충돌 당사자인 정당이나 의원들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안동완,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고 강백신 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는 발의 후 의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사위 조사를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또 다른 의미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는 직무배제로 이어질 것이며, 권한대행이 이들의 직무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업무상의 공백과 차질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매우 중대한 직무상 불법이 문제되고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이러한 손해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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