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로 상징되는 보수 강경책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블루 스테이트’ 주(州)들과의 대립이 벌써부터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9일 미국 CNN·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주 정부 법무장관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트럼프의 공약을 검토하면서 필요한 경우 트럼프를 상대로 한 소송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제인 미국에서는 주 정부의 권한이 상당하다.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레드 스위프(red sweep)’ 체제에서 트럼프와 블루 스테이트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캘리포니아는 벌써부터 환경 규제를 놓고 신경전이 시작됐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최근 “트럼프 2기 정부가 연방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없애면 캘리포니아는 과거 시행했던 친환경차 환급 제도를 재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이를 폐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먼저 강수를 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별도의 기준을 도입할 정도로 친환경 정책에 적극적이다.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둘러싼 대립도 심화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와 뉴멕시코 등은 이미 트럼프의 추방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측근들은 비협조적인 주에 다른 주의 방위군을 파견해 체포를 대행하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블루 스테이트들은 트럼프가 이 같은 행동에 나설 경우 법정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 밖에도 일리노이는 트럼프의 복귀에 대비해 낙태권 보호와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성전환 수술의 보험 적용 등 법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싸움이 1라운드(트럼프 1기)보다 더 격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기 때 정부 운영 경험을 쌓은 트럼프가 한층 강력한 무기로 2기에 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블루 스테이트 중 한 곳인 워싱턴의 밥 퍼거슨 법무장관은 “수년간 정책 실행 방안을 연구한 측근을 확보했고 법원도 그에게 더 우호적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일부 주지사들은 트럼프가 정권을 잡기 전에 주 정부 프로젝트를 위한 연방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주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조금 등이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케빈 코사 선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방정부(중앙정부)가 주 정부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교육이나 지역 치안 유지 등 헌법상 연방정부의 책임이 아닌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에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아 지방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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