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발표 직후에 매도자 분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지금 진행 중인 물건들이 계약 불발될까봐 불안해요”
2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인근 중개업소에는 선도지구 선정 아파트 단지와 관련해 매도·매수 문의가 쏟아졌다. 아직 잔금 거래가 끝나지 않은 계약 건들이 성사되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중개업소 대표들이 많았다. 수내동 A 중개업소 대표는 이날 선도지구 발표 직후 매수자에게 전화를 걸어 “매도인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입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선도지구에 선정된 아파트 매매 호가는 최초 등록가 대비 최소 5000만 원에서 2억 원까지 올랐다. 샛별마을 삼부 아파트 전용면적 84㎡은 15억 원에서 17억 원으로 올랐고, 같은 마을 동성 아파트 전용 69㎡ 매물은 11억 5000만 원에서 5000만 원 높인 12억 원으로 변경됐다. 같은 면적이 지난 8월 10억 2500만 원에 거래됐었던 것에 비하면 약 2억 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선도지구에서 탈락한 단지가 아닌 선정 단지로 매수 의사를 변경하는 매수인도 있었다. 수내동 B 중개업소 대표는 “대구에 거주하시는 분이 투자 목적으로 지난 9월부터 문의를 해왔고, 푸른마을 전용 84㎡를 매수하기로 했다가 선도지구에서 탈락하자 조금 전 양지마을 전용 59㎡ 매수로 바꾸셨다”고 말했다.
매수 문의와 함께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던 소유주들의 전화도 빗발쳤다. 서현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9월까지 활발했던 거래는 강화된 대출규제와 높아진 매물 호가 등의 이유로 소강상태였다. 하지만 선도지구 발표를 앞두고 잠겨있던 매물이 2~3주 전부터 풀리기 시작했고, 올해 내 매도를 계획했던 소유주들은 선도지구 발표 직후 매물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선도지구에 선정된 단지는 호가를 높여서 매물을 내놓고, 탈락한 단지는 호가를 살짝 낮춰 실거래가에 내놓는 식이다.
서현동 C 중개업소 대표는 “분당 단지를 팔고 서울로 이사 가시려는 분들 중 이날을 기다리신 분이 많다”며 “서현동이 학군도 좋고 실거주 만족도도 높지만 팔 수 있을 때 팔고 이동하려는 수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분당 아파트보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높게 나타난 것이 학습돼 잠실이나 개포 신축으로 가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타 지역 이동이 아닌 분당 지역 내에서 대형평수로 갈아타려는 문의도 이어졌다. 결혼 직후 소형평수에 살다가 자녀가 자라면서 대형평수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수내동 D 중개업소 대표는 “선도지구 탈락 단지들은 단기적으로 실망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선정 단지 소형 아파트를 팔고 상대적으로 호가가 낮아진 탈락 단지 대형평수로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도지구에 선정이 됐어도 실제 재건축이 되기까지는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에 재건축이 끝나고 입주하기에는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수내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양지마을 50평대에 사시다가 70평대로 이사가는 분이 있고 내일이 잔금치르는 날”이라며 “그 분은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란 생각에 인테리어에만 2억 원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공공기여와 장수명 주택 등으로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늘어날 지 모르는 상황에 막상 계산서를 받아보면 재건축 반대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며 “성남만 적용한 추가 공공기여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큰 상황에 정부가 만약 내년 선도지구 선정 때 이 항목 배점을 줄이게 되면 분쟁 소지는 더 커지고 재건축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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