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를 냉동하는 여성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의료 기관에서 보관 중인 냉동 난자 개수는 2020년 4만개가량에서 지난해 10만개가량으로 늘어났다. 2.5배나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결혼, 출산 등이 늦어지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를 보존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은 33세였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가장 높은 연령을 기록했다.
난자 채취 비용이 300만원 선이고 난자 은행 보관 비용이 1년에 20만~30만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일과 직장 때문에 지금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하지만 40대가 넘어서도 결혼하거나 아이를 갖고 싶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난자 냉동은 보험용으로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쓸 수 있는 난자 개수는 100만~200만개 정도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난소가 노화해 인공수정을 위한 난자 채취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미리 난자를 냉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도 난자 냉동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관내 6개월 이상 거주한 20~49세 여성 650명을 대상으로 난자 동결 검사 시술비를 1회에 한해 최대 200만원 지원한다. 경기도는 도내 20~49세 600명을 대상으로 난자 동결에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배우 명세빈(49)은 최근 방송된 SBS플러스 ‘솔로라서’에 출연해 늦은 결혼을 대비해 10년 전 얼려뒀던 냉동 난자를 결국 폐기했다고 털어놨다. 보통 냉동 난자는 3년 기준으로 보관하고, 최장 5년까지 보존한다. 난자 보존기간은 본인 의사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명세빈은 “나이도 있고 난자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착상도 해야 하지 않느냐. 앞으로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슬프고 속상하더라. 그날은 기분이 이상했다. 나의 삶은 이렇게 살아가야 되는 건가 보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가수 솔비는 지난해 방송에 출연해 "아이를 낳고 싶은데 언제 낳아야 할지 모르니 보험처럼 들어놓고 싶었다"며 난자냉동에 대한 심중을 밝혔다. 개그우먼 박나래도 예능 '내편하자3'에 출연해 "난자를 얼리려고 한다.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나도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난자 냉동은 증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전역에서 난자 냉동 시술이 2022년에 비해 37% 급증했다. 난자 냉동 시술 횟수가 7,600회였던 2015년에 비해 2022년에는 2만 9803회로 7년 만에 300% 증가했다. 난자 냉동에 건강보험 혜택을 준 대기업도 늘어났는데 특히 메타와 애플은 난자 냉동 비용을 2만 달러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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