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비선실세’는…극우 방송 진행자 출신 '나탈리 하프'

측근서 정보 전달·SNS 관리 '인간 프린터' 별명

트럼프가 ‘아가씨’라고 부르며 딸처럼 대해

"공식 직함없이 정보 흐름 통로 역할" 전망

나탈리 하프(앞에서 두 번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과 함께 지난 1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 기지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백악관에서 ‘비선실세’ 역할을 할 인물로 전직 우익 케이블 방송 진행자 나탈리 하프(33)가 떠오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보좌진에게 항상 충성을 요구해왔지만, 하프처럼 그 부름에 부응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하프가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건 2019년이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골수암에 걸렸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인 2018년 서명한 임상시험을 폭넓게 허용한 법안 덕분에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이야기에 반한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하프를 연설자로 초청했으며, 하프는 극우 성향 방송인 '원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진행자를 그만두고 2022년 트럼프 참모진에 합류했다고 전해진다.



하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치고 있을 때 카트 뒤로 달려가 긍정적인 소식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등 트럼프에게 최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직 하프의 공식 직함은 없지만 선거기간 중 동료들은 그를 '인간 프린터'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그가 휴대용 프린터와 배터리 팩을 들고 트럼프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가 원하는 정보를 인쇄물 형태로 건내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선 그가 자주 찾는 뉴스 출처 중 극우 성향의 '게이트웨이 펀딧'이란 웹사이트라는 사실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트럼프에 대한 하프의 충성은 '숭배'나 '추앙' 수준으로 보인다고 NYT는 평가했다. NYT가 입수한 편지를 보면 하프는 트럼프에게 "당신은 내게 중요한 모든 것"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라고 적는가 하면 트럼프 당선인을 "이 삶의 수호자이며 보호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는 하프를 '아가씨'라고 부르면서 딸처럼 대한다고 전해진다. 트럼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하프에 대해 "신뢰받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며 "트럼프의 당선을 도운 헌신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프의 존재는 트럼프 측근들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백악관에서 잠재적으로 영향력 있는 역할에 나설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대통령을 오가는 정보 흐름의 통로 역할과 대통령의 SNS 콘텐츠 생성을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프는 트럼프의 신뢰를 바탕으로 차기 백악관에서 그 어떤 대통령 보좌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문고리'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의 비서실장 윌 샤프가 대통령 집무실 안팎의 서류 흐름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되겠지만 하프가 있는 한 트럼프의 책상에는 필연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정보 흐름이 있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