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로 두 번째 ‘사법 리스크’ 시험대에 오른다.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은 만큼 이번에도 ‘중형’이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은 물론 향후 대권 가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야권에 미칠 연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이 대표에 대한 잇단 기소와 재판을 ‘사법 살인’으로 규정하고 선고 직전까지 막판 여론전에 총력을 쏟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오후 2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9년 ‘검사 사칭’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 받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말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위증을 교사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가 올 8월 당 대표로 재취임한 후 사실상 최대 고비를 앞두면서 야권은 모두 초긴장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이달 1심 선고가 예고된 두 개 재판 중 선거법 위반 사건은 무죄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을 예상했다. 하지만 15일 선거법 재판에서 이 대표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당 전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가 항소심과 최종심에서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2027년 대선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설상가상 25일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차기 대권 행보도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위증교사 재판에서는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나올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열흘 간격으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연속 선고되면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이 받는 충격파는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친명(친이재명)계와 대체할 인물을 모색하려는 비명(비이재명)계가 충돌할 수 있다. 이 경우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극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번 1심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다면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선고로 고조됐던 사법 리스크 부담을 한층 덜 수 있다.
민주당은 사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이 대표가 ‘정치 사법화’의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2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4차 장외 집회에 참석했지만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인물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로 최소화했다. 이 대표가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이재명 방탄’으로 비춰질 수 있는 언행을 삼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민주당은 ‘사법 체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식을 전환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기소권 남용과 편파적 사법 체제가 민주주의의 핵심 장애물임이 확인됐다”며 “불완전한 사법 체제를 이용한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을 경우 “법률적 자문 등 당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적극 대응을 원칙으로 정했다”며 이 대표 엄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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