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법원의 논술시험 효력 중지 결정에 대해 항고하기로 하면서 수험생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수시모집 마감이 불과 한 달 남은 가운데 소송전 장기화로 합격자 발표가 기약 없이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사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재시험을 원치 않는 수험생들도 침묵을 깨고 반격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4일 교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일부 연세대 자연계 논술시험 응시자들은 연세대의 이의신청이 기각된 직후인 21일 카카오톡에 ‘재시험 반대’ 오픈톡방을 개설했다. 해당 방에서 탄원서 제출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재시험 반대 수험생들은 그동안 눈에 띄는 집단 행동에 나선 적이 없다. 이들이 뭉치기 시작한 건 그만큼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법원의 이의신청 기각으로 12월 13일 예정돼 있던 합격자 발표가 기약 없이 밀린 상황에서 대학측이 즉시 항고에 나서며 사태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연세대는 현재 재시험과 정시 이월 등 가능한 대안에 대해 모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항고심 혹은 본안판결 결과를 보고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두 소송 모두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재시험에 반대하는 수험생들은 다음달 26일 수시모집 마감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뾰족한 대안도 없는 만큼 차라리 기존대로 합격자를 발표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한 수험생은 “(재시험은) 기존 시험에서 잘 봤다고 생각한 학생들의 희망을 짓밟아버리는 잔혹한 처사”라며 “하루하루 가시밭길을 걷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재시험 반대 수험생들의 소송 움직임도 포착된다. 법무법인 시우는 합격자 명단을 예정대로 발표할 것을 청구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헌법상 교육받을 권리 침해, 정당한 합격기회의 영구적 침해 등을 법적 근거로 삼아 서울중앙지법에 소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법인 측은 “기존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합격권 학생들은 신입생 등록과 학기 시작이 불가능해졌고, 재시험을 실시할 경우 정상적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또 다시 붙는다는 보장도 없다"며 “잘못한 몇 명 때문에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 수천명이 피해를 볼 순 없는 만큼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소송전 장기화로 수험생 불안이 확산되자 교육부도 “다음달 26일까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연세대에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압박이 커자자 연세대 측도 현재 내부적으로 재시험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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