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집권 2기 행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할 재무부 장관 후보자로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를 지명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물론, 재무부의 관리감독 대상인 월가의 동요를 최소화할 인물을 낙점해 논란을 빚은 기존 인선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베센트를 제79대 미 재무장관으로 지명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그는 세계 최고의 국제 투자자이자 지정학적 및 경제적 전략가 중 한 명으로 널리 존경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베센트는 오랫동안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며 “위대한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그는 내가 세계 최고의 경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중심지, 자본의 목적지로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심의 여지없이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베센트가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불공정 무역 불균형을 막고, 특히 다가오는 세계 에너지 시장 지배를 통해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한 신뢰감을 표했다.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경제고문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올해 대선 기간 중 모금 행사를 잇따라 주최하며 거액의 선거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유세 현장에도 트럼프 당선인과 자주 동행한 바 있다.
재무부는 미국 행정부 내의 최고위 경제정책 부처로 세금, 국가 부채, 금융 규제, 제재 통제, 경제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캠페인 기간 내놓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보편적 관세 공약을 실행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무장관 지명 과정은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였다. 베센트와 함께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 막후 경쟁이 격화하면서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지기도 했다. ‘공동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트럼프 취임 전부터 인선에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러트닉에 대해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운 반면,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라고 평가절하해 트럼프의 최종 선택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후보들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면서 당선인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와 월스트리트 억만장자 마크 로완까지로 후보군을 확대하는 등 재무장관 인선을 원점 재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후 러트닉을 재무장관 대신 상무장관에 지명했으며 숙고를 거쳐 결국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낙점했다.
베센트 역시 트럼프의 측근이지만, 기존에 발표된 인선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법무장관 후보에 지명됐던 멧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성비위 문제가 확산하자 지명 8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지명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 지명자 등도 성비위나 전문성 부족, 과거 문제 발언 등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맨해튼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저지 글록은 “베센트는 존경받고 유능한 후보자 중 한 명으로 평가돼 왔다”며 “전통적인 비즈니스와 금융 그룹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 지지자로 트럼프 지지자들과도 유대를 잘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CNN도 “이번 재무장관 지명은 트럼프가 지금까지 발표한 논란이 많고 의심스러운 내각 지명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이어 “급진적인 인사였다면 투자자를 동요시키고 이미 복잡한 경제 의제에 새로운 리스크를 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월가는 이번 인선에 놀라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경제의 쿼터백”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인물로 관련 업계의 반응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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