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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탁생산 '실리' 집중…인텔·애플 등 경쟁사 사로잡다[북스&]

■TSMC, 세계 1위의 비밀(린훙원 지음, 생각의힘 펴냄)





TSMC가 ‘수준 낮은 위탁생산 업체일 뿐’이라는 혹평을 들을 때 모리스 창 TSMC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우린 돈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은행에 가니까.”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이자 대만의 ‘반도체 방패(실리콘 쉴드)’라고 불리는 회사의 자신감이다.

신간 ‘TSMC, 세계 1위의 비밀’은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분석한 책이다. 대만의 산업 전문 기자인 린훙원이 30년간 TSMC를 취재해온 경험이 담겼다.

TSMC는 세계적 대기업이지만 특이하게 동종의 다른 기업과 경쟁을 하지 않는다. 인텔이나 엔비디아 같은 다른 반도체 공룡들의 아성에 도전한 적이 없고 도전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이들 기업으로서 주문을 받아, 즉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로 이들 기업의 제품을 생산한다.



책은 저자의 모리스 창에 대한 초기 기억에서 시작한다. 1931년 중국 저장성 출신인 창은 국공내전 기간인 1949년 미국으로 망명했고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후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부사장과 반도체 부문장을 역임했다. 창은 1976년 이 회사 부사장 시절 파운드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고객이 설계한 반도체 제조만을 담당하는 회사를 건립하자고 건의했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그로부터 10여년 뒤 그는 대만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계획을 직접 실행했다. 파운드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 TSMC를 1987년 창업했다.

창의 설계대로 TSMC는 처음부터 위탁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목표로 했다. 오로지 고객사(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가 설계한 대로 반도체를 주문 제작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를 통해 애플, 엔비디아, 구글 같은 빅테크가 설계한 반도체 위탁생산을 사실상 독점한 상태다. 화려한 명성보단 실리를 택하는 게 창의 계산법이었다.

만약 TMSC가 인텔 등과 경쟁했으면 대만 같은 작은 나라의 이 기업은 정치적으로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TSMC의 성공에 대해 저자는 우수한 인력, 전문적인 분업과 개발,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대만 내 기업들과의 치열한 내부 경쟁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운드리만 파고든 무서운 집중력이 성공에 한몫했다.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대만과 TSMC가 어떻게 실패를 딛고 일어났는지, 또 실패에서 어떻게 교훈을 얻었는지를 설명하려고 했다”고 적고 있다. 2만 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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