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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자본주의 핵심 된 부동산…끝없이 오를까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마이크 버드 지음, RHK 펴냄)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사야 되요, 말아야 되요?’ 서너 명만 모이면 항상 나오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이미 주거 문제를 넘어 금융 안정성을 흔들고 세대간 격차를 고착하며 불평들을 증폭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회로 보는 시각과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는 늘 같은 질문 앞에서 망설인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경제 전문 기자인 저자가 쓴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원제 The Land Trap)’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돈은 언제나 토지로 향하는가, 그리고 이 흐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다. 책은 부동산 시장 해설서가 아니다. 돈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디로 흘러가며 왜 결국 땅으로 돌아오는지 추적하는 경제서다.

책은 30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부터 중세 유럽의 봉건토지 소유 등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토지는 단순한 생산수단이 아니라 세금, 군사력, 정치적 충성, 신용을 매개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해 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부동산은 새로 만들어 낼 수 없고 옮길 수 없으며 시간에도 영향받지 않는다. 주식이나 금, 채권, 비트코인 등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장 비싼 자산이다. 다만 토지는 제로섬 자산이기 때문에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이렇게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부동산은 현대에 들어와 금융과 결합하며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국가의 부와 권력까지 재편해왔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과 가장 많이 비견되는 사례는 1990년대 일본이다. 당시 일본은 저금리와 금융 완화 정책 속에서 토지와 주식 가격이 동시에 폭등했고 한때 도쿄의 땅값만으로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버블 붕괴 이후 토지를 담보로 쌓아 올린 신용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은행의 부실과 자산 디플레이션이 겹치며 일본 경제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다.

반면 싱가포르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토지를 공공 소유로 전환해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함으로써 주거 안정을 달성했다. 토지 소유와 활용을 엄격하게 통제한 것이 미래의 혼란을 막았다. 중국은 부동산 개발을 성장 엔진으로 삼아 재정과 금융 시스템을 떠받쳐 왔지만 헝다를 비롯해 대형 부동산 기업들의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에 밝혔듯 저자는 한국이 아직 재앙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부동산 과열에 따른 지역간 가격 격차와 최하위 수준 출산율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처음에 했던 질문, 즉 집을 언제 살 것인지에 대해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끝없이’는 거대한 역사 속에서 한순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집값의 등락을 걱정하기보다는 부동산이 만들어온 거시 경제 및 금융의 변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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